집권 1기때 극우노선 걷다 중도하차… 이번에도 지지율 급락에 참배 강행“日 정치권엔 대항마 없어” 분석도
헬기에서 내려다본 야스쿠니 26일 취임 1년을 맞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행이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본전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참배 직전부터 헬기를 띄워 취재 경쟁을 벌였다. 아사히신문 제공
아베 총리는 이달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를 발족시킨 데 이어 국가안전보장전략(NSS)과 신방위대강 발표, 애국심 교육 강화, 방위예산 2배 증액 등 ‘아베 컬러’를 거침없이 드러내 왔다.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그 정점을 장식한 셈이다. 내년에는 집단적 자위권 확보,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등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참배가 ‘아베 몰락’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6∼2007년 아베 1차 내각 때의 기억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참배도 최근 특정비밀보호법 강행 처리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일본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그동안 현명히 대응하도록 (아베 정권에) 거듭 요청했는데도 참배해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입장을 세계에 선언한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다만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차 내각 때와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당시에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등 자민당 안에 강력한 대항마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야당도 지리멸렬해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야스쿠니(靖國)신사 ::
전사자를 ‘호국의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현재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전사자는 246만6000여 명.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분류된 14명의 전범을 1978년 비밀리에 합사했다. 한국인 전몰자 약 2만1000명도 일방적으로 합사했다. 신사 안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전쟁을 ‘식민지 해방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