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선, 너는 악’이라는 이분법이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하다. 자기가 100% 선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
소통이 집단으로 이루어지면 타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집단 간 대립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의견 양극화가 더 심화되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사람들을 홀수 짝수 같은 아주 사소한 기준으로 나눠놓기만 해도 자기 집단에 자원을 더 많이 배분하려는 ‘내집단(ingroup) 편애’ 성향을 보이는데 하물며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집단 간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흔히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으로 보이기 쉬운 것은 사람과 의견을 분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서양보다 동양에서는 ‘내 의견에 반대하면 나를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크다. 그러나 ‘내 의견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적’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잠시 마음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 의견도 경청할 때 대승적인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저들도 나만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저들도 나만큼 힘들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관용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 서로 상대에게 상처를 더 크게 줄 수 있는 말만 골라서 하며 스스로는 ‘힐링’ 받기를 원한다면 소통의 쌍방향성을 상실한 자기중심적 틀에 갇혀 더이상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천국과 지옥에 똑같이 양팔을 구부릴 수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도,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양팔을 앞으로 뻗은 채 자기 입에만 먹을 것을 넣으려 하기보다 상대 입에 넣어주려 노력하는 것이 모두가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임을 빨리 깨닫고 실현하기 바란다. 권력이 있는 쪽의 ‘경청’은 특히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이 잘 들어주는 것보다 내게 뭔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 말을 잘 들어줄 때 사람들의 마음은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일단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듣는 귀를 열어놓는 것이 바로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며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