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대치정국/여권의 속고민]정책 청사진 내놔야 할 장관들 靑만 바라보고 현장서 뒷짐朴대통령 “남의 일 보듯 하나”… 철도파업 소극적 대응 질책
박근혜 정부의 ‘책임 장관 실종사태’도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26일 오전 8시 국회 본청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 지도부의 쓴소리 세례를 받았다. 정부의 새해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는 자리였지만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뚜렷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최경환 원내대표)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최고위원들의 혹평도 이어졌다. “기존에 다 알려진 내용으로 너무 평이하다” “내용이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물가를 얼마만큼 잡겠다거나 사교육비를 얼마로 줄인다는 등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현 부총리는 올 7월 취득세 인하 문제로 정부 부처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로부터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듣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2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레일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노사관계를 관할하는 방 장관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불법파업’이라는 규정만 해놓고 아무 역할을 안 했다”고 비판했다. 또 “장관이 (현안에) 손을 놓으면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도 최근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장관들이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며 각 부처의 미숙한 대응방식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직접 현안을 챙기고 정부 정책을 설명해야 할 각 부처 장관들이 발을 빼는 사이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 이해 관계자와 맞서는 이상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정치 문제로 비화한 쟁점에 대해 장관이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당부하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사건이 터진 후에야 마지못해 나서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