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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인다, 책임장관

입력 | 2013-12-27 03:00:00

[막다른 대치정국/여권의 속고민]
정책 청사진 내놔야 할 장관들 靑만 바라보고 현장서 뒷짐
朴대통령 “남의 일 보듯 하나”… 철도파업 소극적 대응 질책




박근혜 정부의 ‘책임 장관 실종사태’도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26일 오전 8시 국회 본청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 지도부의 쓴소리 세례를 받았다. 정부의 새해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는 자리였지만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뚜렷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최경환 원내대표)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최고위원들의 혹평도 이어졌다. “기존에 다 알려진 내용으로 너무 평이하다” “내용이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물가를 얼마만큼 잡겠다거나 사교육비를 얼마로 줄인다는 등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현 부총리는 올 7월 취득세 인하 문제로 정부 부처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로부터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듣기도 했다.

앞서 철도노조의 파업 15일째인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에 출석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도 여야 의원 모두에게 강한 질책을 받았다. “직접 (노조) 집행부를 만나 설득하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아마 했어도 (내 말을) 듣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방 장관의 발언이 문제된 것. ‘노동 정책의 주무 장관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2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레일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노사관계를 관할하는 방 장관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불법파업’이라는 규정만 해놓고 아무 역할을 안 했다”고 비판했다. 또 “장관이 (현안에) 손을 놓으면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도 최근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장관들이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며 각 부처의 미숙한 대응방식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직접 현안을 챙기고 정부 정책을 설명해야 할 각 부처 장관들이 발을 빼는 사이 대통령과 여당이 직접 이해 관계자와 맞서는 이상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정치 문제로 비화한 쟁점에 대해 장관이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당부하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사건이 터진 후에야 마지못해 나서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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