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첫 시험대… 여기서 밀리면 죽도 밥도 안돼”
박근혜 정부가 장기화하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에 ‘가치 전쟁(value war)’을 선포했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에 대해 현 정부와 철도노조 중에서 누가 국민을 위한 진짜 세력인지 가려보자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배수진을 친 결기가 감지된다. 철도 파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각종 회의에서 “뿌리를 뽑겠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대통령이 칼을 빼어 든 공공기관 정상화, 노사정 대타협의 첫 단추가 바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다”며 “이번에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게 죽도 밥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원전 비리나 문화재 비리 척결은 큰 저항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파업’이란 초강수를 던졌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번 파업을 ‘가치 전쟁’의 시험대로 삼을 태세다. 철도 파업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밀린다면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은 시작부터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발동했다는 시각도 있다. ‘가치 전쟁’에 돌입하면 불통 비판을 감수하고서도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관행을 끊겠다”며 먼저 우리나라 근로자를 철수시켰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에도 박 대통령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의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