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원전화재 상황서 8가지 임무 척척 수행
‘태양의 도시’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조그만 도시 홈스테드가 나온다. 이곳에 있는 자동차 경기장 ‘홈스테드-마이애미 스피드웨이’에서 이달 20, 21일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 1차 결선 대회가 열렸다.
○ 로봇공학 한계를 실험한다
KAIST는 이 대회에 재난구조 로봇 ‘DRC휴보’를 들고 나왔다. 대회 둘째 날인 21일에는 가장 어렵다는 자동차 종목 테스트가 있었다.
김지철 KAIST 연구원은 “카메라로 앞을 보며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로봇이 자기 발로 자동차에서 내려서는 기술을 가진 곳은 없다”고 말했다.
험지 주행과 사다리 오르기도 쉽지 않은 과제로 통했다. 험지 주행에서 만점을 받은 팀은 두 개에 불과했고, 사다리 오르기도 샤프트와 KAIST, 두 팀만 만점을 받았다. 샤프트에서 개발한 로봇 ‘에스원’은 큰 사다리를 계단처럼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KAIST 팀은 로봇의 긴 팔을 뒤로 돌려 사다리 양쪽 손잡이를 붙잡고 뒷걸음질을 치며 올라가, 사다리를 기어서 올라간 최초의 로봇으로 기록됐다.
○ 로봇 강국 한-미-일 각축의 장
재난구조로봇은 대부분 인간형이다. 사람 대신 일을 하려면 사람과 모습이 비슷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도 인간형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이 참가했다.
일본의 샤프트팀은 6개 종목에서 만점을 받아 총점 32점 중 27점으로 이번 1차 결선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플로리다인간기계인식연구소(IHMC) 팀은 인간형 로봇 ‘애틀러스’로 20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애틀러스는 미국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만든 188cm의 대형 로봇이다.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재난 로봇의 실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런 속도로 발전한다면 10여 년 안에 실제 재난현장에 로봇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