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폭풍
위안부 소녀상도 日 군국주의 규탄 27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규탄 등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오른쪽)이 피켓을 들고 있다. 모자와 목도리를 한 위안부 소녀상에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피켓이 걸려 있다(왼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민주당은 물론 무소속 안철수 의원까지 모처럼 한목소리로 대일 비판 공동전선에 가세했다.
○ 한일 정치 관계 ‘제로’ 상태로 빠지나
정부는 한일 양자회담과 더불어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을 활용하는 방안도 병행했다. 올해 한국이 맡았던 3국 정상회의 의장국 역할이 12월로 종료되지만 다음 차례인 일본에 넘기지 않고 한국이 1년 더 맡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당분간 모든 노력을 ‘올 스톱’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모멘텀’이 완전히 상실됐고 실무급 회의도 줄줄이 무산될 운명이다. 날짜와 세부 안건 조율만 남겨 둔 양국 차관급 전략대화, 3년 만에 예정된 외교·국방(2+2) 국장급 안보협의회도 어렵게 됐다.
양국 정상이 만나 의례적인 악수를 나누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1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조우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국제 포럼에 두 정상이 함께 있다 해도 사전 정지 작업 없이는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 “1985년 나카소네 첫 참배보다 질 더 나빠”
청와대 관계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왜곡된 역사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걸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아베 내각이 과거 식민 지배를 공식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고노 담화(1993년)의 계승과 관련해 혼란된 메시지를 내놓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확신범’에 가깝고 내년에도 교과서,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역사 도발이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보통국가화 움직임(집단자위권 확보 등)과 분리해 과거사 문제에 단호하고 명료하게 대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망언이나 역사 도발에 즉각적으로 맞대응하는 등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대응 기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역사 도발이 한일 양자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점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엄격하게 비판하면서 여러 조치를 할 것이지만 그와 별도로 양국 간 대북정책과 경제 협력은 영향을 안 받도록 실리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개입 여부도 관심사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있는 내년 4월을 전후해 한일관계의 국면이 어떻게 전환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