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공주’ 게재 파장에… MB “김무성 의원 괜찮겠어?”‘비밀해제…’ 연재 뒷얘기 비밀해제
2월 24일 5년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 이명박 전 대통령. 동아일보는 ‘비밀해제 MB 5년’ 시리즈를 마치면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 임기 중 벌어진 일들이 아직 그의 운신(運身)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동아일보DB
기자들은 전력을 다해 그때그때의 일들을 취재하고 기록한다. 그러나 지면에 모든 것을 다 담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면에 보도하지 못한 기록들은 내부 정보보고로 남긴다. 하지만 그 역시 국민이 알 권리가 있는 공공재산이다. 시리즈의 제목을 ‘비밀해제(declassification)’라고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 내부 정보보고까지 최대한 공개해 이명박 정부 5년의 리뷰 자료로 내놓았지만 과연 얼마만한 성과를 거뒀는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MB=“(지나가는 말투로) 김 의원 괜찮겠어?”
MB가 말한 김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게재된 ‘무대와 공주 1, 2’의 바로 그, 무대(김무성 대장)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의 정치적 애증사(愛憎史)는 전체 시리즈 중 가장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주제였다. 김무성은 박근혜의 ‘동지’가 되려 했지, ‘신하’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스토리였다.
김무성은 필자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내 얘기가 왜 이명박 정권 비화에 등장하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를 봐 왔지만 그런 항의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MB 5년은 박근혜 5년이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출입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동아일보가 김무성 키워주는 거 아니냐. 박근혜한테 이렇게 ‘세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부각된 것 같다”고 당 주변의 분위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모두 예상했던 반응들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무대와 공주’라는 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했지만, 글이 보여주려 한 것은 거울이었다. 김무성이라는 거울에 비친 박근혜의 모습,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봤다.
‘비밀해제’가 MB 5년의 전모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동아일보가 김영삼(YS) 정부의 비화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김무성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거는(기자들은) 커튼 뒤에서 일어나는 일의 30%도 모른다.” 30%만 보여줘도 시리즈 기획 의도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4대강을 둘러싼 권력 내부의 설왕설래, 누더기가 된 검찰총장들, 천안함 폭침을 비롯한 MB 정부 시절의 외교안보 비화, 그리고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던 청와대 벙커의 모습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예컨대 연평도 포격사태 초기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MB의 이른바 ‘확전 자제 발언’ 논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직도 ‘억울해하는’ 메시지 전달 오류 사태다. 당시 지하 벙커 회의에 참석한 김인종 경호처장의 말이 ‘대통령의 코멘트’로 둔갑해 전파돼 나가는 과정은 유사 사례의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비화지만 미처 주목하지 못했다. 김인종은 ‘내곡동 사저 파문’ 때도 주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MB는 그때마다 책임을 묻는 걸 주저했다. 결국은 대통령인 자기 책임 아니냐는 것이다. MB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했다.
시리즈의 주요 대목을 ‘다이얼로그(대화체)’로 정리한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일부 참모들이나 장관 출신들은 “제발 그렇게 쓰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정두언 그룹’이 이명박 정부 조각(組閣) 과정에서 배제된 전말을 증언해준 김원용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저널리즘의 속성을 잘 이해한다”며 도리어 필자를 위로해줬지만, 실명의 다이얼로그로 마음고생을 한 분이 적지 않았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히 그랬다. 지면을 통해서라도 위로를 보낸다.
얼마 전 수감생활을 마치고 풀려난 정두언 의원은 시리즈의 ‘풍운아’였다. ‘정두언 실종사건(上)’(3회, 4월 13일자)이 나간 직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정두언은 보좌관을 통해 “일부는 사실과 같지만, 일부는 내 기억과 다르다”며 A4 용지에 ‘자기 기억’을 정리해 보내주기도 했다. 정두언은 구치소에서도 시리즈를 정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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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해제’ 시리즈는 끝나지만, 만약 오해가 있다면 언제든지 지면을 마련할 것이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
김창혁 전문기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