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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64년 묵은 동화가 새로운 이유는…

입력 | 2013-12-28 03:00:00

◇광명을 찾아서/현덕 글·김정은 그림/198쪽·9800원·창비




창비 제공

동화책 제목으로는 좀 무뚝뚝해 보입니다. 계몽적이기도 합니다. 이 동화가 처음 발표된 것이 1949년이란 것을 알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그때 발표되었다는 것만 알 뿐 그 내용은 몰랐는데, 한 연구자의 집념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복 직후, 사는 것이 팍팍한 시기입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삼촌과 사는 주인공 창수가 곤경에 빠집니다. 학교에 내야 하는 돈을 잃어 버렸습니다. 힘든 집안 형편에 잃어버렸다는 말을 할 수도 없고, 학교에서는 자꾸 재촉만 합니다. 학교도 집도 마음 붙일 곳이 없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나타납니다. 돈을 벌게 해주겠답니다. 그를 따라다닙니다. 집에도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매치기 무리의 일원이었습니다. 나쁜 일이라 하기 싫지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창수를 옭아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3인조 복면 강도단으로 신문에 올라 있습니다. 작은 어려움을 피하다보니 더 큰 어둠에 빠집니다. 창수는 어두운 길에서 빠져나오려 합니다. 광명을 찾아서 말이죠.

이야기는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현덕의 동화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삶의 재미를 이야기하는 저학년 동화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고학년 동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가 동화를 쓰던 시기는 일제강점기에서 광복 이후 사이입니다. 현덕은 한 시대의 어둠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몇몇 낯선 용어를 빼면 지금도 유효합니다.

출판 시장에서 우리 동화의 위상이 말이 아닙니다. 이렇다 할 새로운 동화가 없습니다. 작가들과 출판계는 지식 책만 찾는 소비자와 어려워진 경제 현실을 탓합니다.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현덕이 동화를 쓸 때보다 어려울까요?

이 책은 70년 전 책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신선합니다. 지금부터 70년 뒤에도 그의 동화는 신선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현덕의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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