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을 찾아서/현덕 글·김정은 그림/198쪽·9800원·창비
창비 제공
광복 직후, 사는 것이 팍팍한 시기입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삼촌과 사는 주인공 창수가 곤경에 빠집니다. 학교에 내야 하는 돈을 잃어 버렸습니다. 힘든 집안 형편에 잃어버렸다는 말을 할 수도 없고, 학교에서는 자꾸 재촉만 합니다. 학교도 집도 마음 붙일 곳이 없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나타납니다. 돈을 벌게 해주겠답니다. 그를 따라다닙니다. 집에도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매치기 무리의 일원이었습니다. 나쁜 일이라 하기 싫지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창수를 옭아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3인조 복면 강도단으로 신문에 올라 있습니다. 작은 어려움을 피하다보니 더 큰 어둠에 빠집니다. 창수는 어두운 길에서 빠져나오려 합니다. 광명을 찾아서 말이죠.
출판 시장에서 우리 동화의 위상이 말이 아닙니다. 이렇다 할 새로운 동화가 없습니다. 작가들과 출판계는 지식 책만 찾는 소비자와 어려워진 경제 현실을 탓합니다.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현덕이 동화를 쓸 때보다 어려울까요?
이 책은 70년 전 책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신선합니다. 지금부터 70년 뒤에도 그의 동화는 신선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현덕의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