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꾸는 착한 똥 이야기/박소명 글·정인석 그림/200쪽·1만2000원/북멘토
사향고양이의 똥은 귀하다. 질 좋은 커피나무의 열매를 먹고 사는 사향고양이는 커피나무 열매의 70%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몽글몽글한 똥으로 배출한다. 똥을 잘 씻어 말린 뒤 그 속의 커피를 볶으면 사향고양이의 소화 효소가 더해져 특별한 맛을 내는 고급 커피가 된다. ‘코피루왁’이라 불리는 이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몇 배나 비싸지만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에르야디 일행이 사향고양이똥을 열심히 주워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착한 똥’이 많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면서 환경에도 유익한 똥 말이다. 책에는 작가가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아홉 가지 착한 똥 이야기가 각각 짧은 동화 형식으로 담겼다. 겨울이 몹시 길고 추운 티베트는 고도가 높아 산에 나무가 자랄 수 없어 나무 대신 야크똥을 땔감으로 쓴다. 야크는 풀을 먹고 살기 때문에 똥에 섬유질이 많아 불에 잘 타고 냄새도 안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누에똥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연구 중이고, 페루에서는 새똥 덩어리인 구아노를 천연 비료로 활용한다. 일본에서는 휘파람새똥으로 화장품을 만들고, 스리랑카에서는 코끼리똥으로 종이를 만든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