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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 부진 김수현표 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엔 세가지가 없다

입력 | 2013-12-30 03:00:00

① 제목〓결론… 긴장감이 없다
② 속사포 대사가 사라졌다
③ 이지아 연기력이 떨어진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인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김 작가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사도 찾아보기 어려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다. 삼화네트웍스 제공

《 주인공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김수현 작가의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세결여’)의 인기가 주춤하다. 많은 관심 속에 지난달 9일 첫 회 시청률 10.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비교적 성공적 출발을 했으나, 이후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다가 최근 최고 시청률 11.4%를 기록했다. 그동안 ‘사랑이 뭐길래’(64.9%), ‘목욕탕집 남자들’(53.4%), ‘부모님 전 상서’(34.4%) 등 기록적인 최고 시청률을 자랑해 온 김수현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

숱한 ‘국민드라마’를 내놓았던 김수현 작가의 ‘세결여’의 시청률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 팬들은 “그동안 김 작가의 히트 드라마와 달리 ‘세결여’에 부족한 세 가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요인은, 극을 이끌어가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목에서부터 주인공 이지아가 세 번 결혼하게 된다는 결론을 알려주는 탓에 주인공 간 뻔한 갈등이 이미 예상된다는 것. 지난달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지아가 자신의 배역인 오은수를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고 소개했다가 함께 출연하는 배우 엄지원이 “아직 결론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급히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실제로 28일 방송에서는 이지아가 재혼한 남편의 여자 문제로 갈등을 겪는 모습이 그려졌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한 후 어린 딸을 친정에 떼어 놓고 재벌 집안으로 시집갔지만, 제목처럼 두 번째 남편과도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스토리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작품에선 김 작가 특유의 속사포 대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도 시청률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빠른 말투로 쉴 새 없이 퍼부어대는 ‘김수현 표 대사’는 배우들에게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전작과 달리 ‘세결여’에서 이런 대사를 구사하는 배우는 엄지원 정도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김 작가의 몰아치는 듯한 빠른 대사는 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이긴 하지만 속 시원하게 뱉어내는 대사에서 드라마 보는 맛을 느끼는 시청자도 많았다”며 “하지만 엄지원조차도 전작에서 보여준 것보다는 대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답답하게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이지아의 발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상 연기에서는 별 무리가 없지만 격정적 감정을 연기할 때 대사 속도가 빨라지거나 목소리 톤이 커지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발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지수 김지수연기아카데미 대표는 “‘세결여’에서 보여주는 이지아는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이 하나뿐”이라며 연기력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세결여’는 총 50부작으로 이제 15회까지 방영돼 김 작가가 ‘뒷심’을 발휘할 시간은 충분하다. 앞서 미혼모나 동성애 등을 다뤄 사회적 이슈가 됐던 김 작가의 드라마들은 작품 중반 이후 관심을 모아 뒤늦게 시청자를 확보한 만큼 ‘세결여’도 이혼과 재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후반부에 시청률 반등을 꾀할 이슈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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