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들 ‘소비자 중심 경영’ 인증 빠르게 확산
경북 의성군에서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생산하는 청아띠농업회사법인은 지난해 12월 그동안의 ‘품질 위주 경영’을 ‘소비자 중심 경영(CCM·Customer Centered Management)’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1998년 설립돼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선언 후 대표이사 바로 밑에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두고 실무 부서들을 그 아래 배치하는 식으로 구조를 개편했다. CCO 직속 부서인 ‘고객만족팀’도 만들었고 그룹웨어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세부 실행지침을 전파했다. 이 법인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이사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핫라인을 안내하고 수신자 부담 전화를 만들었다”며 “고객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공장에 자동 금속검출기 등 각종 첨단장비를 설치한 것도 소비자 중심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을 기획할 때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고춧가루의 입자 크기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다변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이 법인은 올해 5월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CCM 인증을 받았다. 이 법인 관계자는 “경영 방침을 바꾸기 전과 비교해 보면 소비자 불만 건수는 4분의 1 미만으로 줄었고 매출은 10%나 성장했다”고 밝혔다.
선언 후 대대적인 내부 프로세스 개혁을 실시했다. 소비자 전담 부서를 만들고 관련 규정과 매뉴얼을 만들었다. 소비자 불만 처리 절차를 대폭 개선했고, 고객 상담 무료 전화를 개설했다. 분기별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경영에 적극 반영했다. 이 법인 관계자는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상품 개발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점검해야 할 사항을 체크시트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며 “그 결과 소비자 불만이 줄고 상품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관내 기업들에 소비자 중심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경북도는 도 차원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과 관련된 설명회, 콘퍼런스 등을 개최했다. 또 대기업과 지역기업 간 일대일 멘토링을 주선하는 등의 노력으로 한국소비자원에서 전국모범사례로 선정됐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