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내 친구]
뿌리산업 인재가뭄 없게…“병역특례-투자 저희가 뚫을게요” (동아일보 2013년 12월 17일 B3면)
Q: 최근 미국과 북유럽은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을 선택하라 2013 투자 서밋’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제조업체에 최적의 장소’라고 하며 투자 유치를 홍보하는 등 제조업 부흥을 위해 발로 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최근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제조업이 왜 중요한 것일까요.
아이들이 조립 장난감인 레고 블록으로 모형 건물을 만들고 있다. 블록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건물을 짓고 비행기를 만드는 레고 놀이는 각종 원재료를 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2차 산업에 비유할 수 있다. 2차 산업 중에서도 대표 격인 제조업의 발전은 국가 경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앞서 언급한 클라크는 국가경제가 발전할수록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을 거쳐 3차 산업으로 옮아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는데,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가 팔리며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저서 ‘메가 트렌드’에서 그는 향후 제조업의 중요성은 세월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며, 사회는 탈공업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학자가 이에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 미국의 사회철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미 제조업 쇠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가 번영을 위해서는 재공업화(re-industrialization)가 절실함을 역설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며, 여러 상황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여기서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살펴보겠습니다.
○ 제조업의 중요성과 국가경쟁력
가치 있는 것을 생산하는 데는 국가 단위에서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풍족한 천연 자원입니다. 중동의 석유 수출국들은 원유를 팔아 막대한 부를 얻지요. 하지만 이런 나라들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 파는 방법입니다. 원료를 수입하여 제품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여 얻은 외화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지요. 셋째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교육이나 의료, 또는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제작·판매하여 부를 얻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세계 시장에서 타국과 경쟁합니다. 좀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여 경쟁력이 있으면 수요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지요. 그렇다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 어느 것이 더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보장할까요.
○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차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근본적인 차이는 결과물이 유형이냐 무형이냐로 볼 수 있습니다. 제조업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반면, 서비스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생성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둘 다 꾸준히 노력하면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은 것은 눈에 보이는 물질을 다룰 때입니다. 제조업을 ‘딱딱한 산업’, 서비스업을 ‘부드러운 산업’이라고도 합니다.
딱딱한 것은 처음 다루기는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여 기술이 생기면 잘 다룰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기술은 계속 축적되어 더 고도의 기술이 탄생하지요. 반면 부드러운 것은 처음 다루기는 쉽지만 정말 잘 다루려면 굉장한 수준의 기술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순식간에 새로운 것이 기존 것을 뒤집어버릴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국가경제라는 중요한 사안을 놓고 보았을 때,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택하는 것이 보다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제조업이 더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준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준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