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프리드 테니슨(1809∼1892)
향긋이 나직이, 향긋이 나직이,
서쪽 바다로부터 부는 바람,
나직이 나직이 숨쉬고 불어라.
서쪽 바다의 바람아!
구르는 물결 불어 넘어서
저무는 달 너머로부터
내게 다시 그이를 데려다 주렴.
나의 아기 귀여운 내 아기 잠든 사이에.
자거라 자거라 편히 자거라.
이제 곧 아빠가 네게로 오신단다.
쉬어라 쉬어라 엄마 품속에,
아빠가 네게로 오신단다.
은빛 달 아래 서쪽에서
은빛 돛들 무리져 오면.
자거라 내 아기, 자거라 예쁜 아기, 어서 자거라.
자장가들은 왜 이리 슬플까. 하루 일과에 지친 몸으로 젊은 여인이 아기를 고운 꿈속에 들게 하려는 밤, 너무나 보드랍고 연약한 아기와 잠을 어루만질 때 잠의 이웃인 죽음이 아기와 엄마를 기웃거리는 듯이. 자장가는 아기에 대한 사랑의 노래일 뿐 아니라 노동요이기도 하다. 칭얼거리며 쉽게 잠들지 않는 아기를 어르고 달래 재우는 건 지루하고 고된 일이다.
테니슨의 서사시 ‘이노크 아든’은 이 시의 후일담 같다. 풍랑을 만난 뒤 10년이 지나도록 소식 없던 이노크가 돌아온다. 오랜 세월 고생을 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변한 모습으로. 너무도 그리웠던 아내와 아이들. 그러나 제 가족이 제 친구와 새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이노크는 발길을 돌리고, 쓸쓸하게 죽어간다.
택시를 타면 운전석 앞 유리창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작은 패널이 떠오른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어린 사무엘’ 그림 여백에 ‘오늘도 무사히’라고 적혀 있었다. 가족의 간절한 기도가 담긴 ‘오늘도 무사히’…. 독자 여러분, 새해에도 무사히!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