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설득 이렇게]불법 폭력시위 사라진 선진국
집회 허가기준 맞춰 평화시위… 불법 땐 의원도 수갑 채워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 32년째 설치돼 있는 반전 시위 장소 ‘피스 캠프’. 이제는 70대 할머니가 된 콘치타 피시오토 씨가 천막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시위자는 천막에 거주해야 한다’는 경찰의 허가 조건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왼쪽 사진). 미국 경찰은 불법 시위에 대해선 의원도 서슴없이 수갑을 채운다. 2011년 7월 백악관 앞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던 루이스 구티에레즈 하원의원이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오른쪽 사진). 동아일보DB
○ 불편 대비하며 국민 설득
1981년 8월 3일 미국 항공관제사 노조의 파업으로 항공 운항이 50%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그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후 3시간 뒤 법무부 장관과 교통부 장관을 배석시키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법을 어긴 노조와는 협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의 회견이 보도되자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빗발쳤으며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미국 최대 단일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런 배경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전원 해고, 영구 복직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휴가 절정기에 항공 운항 취소로 국민 불편이 가중되던 상황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가 파업을 공언한 1981년 3월부터 퇴직한 관제사와 군 인력을 미리 훈련시켜 대체 인력을 확보했고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민간 항공사에 운항 일정을 최대 50%까지 줄이도록 설득했다. 그 덕분에 파업사태 당시 대체 인력 규모가 정상 근무 인력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운항 일정은 차질을 빚지 않았다.
1984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년간 이어진 영국 탄광노조(NUM) 파업은 초기만 해도 대처 전 총리가 불리한 국면에 놓여 있었다. 당시 국유산업인 탄광업이 세계 최초의 산업혁명의 기틀을 제공한 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대다수 영국 국민이 탄광노조를 지지했다.
대처는 이를 넘어서려면 석탄발전소의 가동 중단에 따른 국민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탄광노조에 본격 맞서기 전에 충분히 석탄을 쌓아두도록 한 것이다. 1985년 11월까지 발전소를 정상 가동할 수 있는 석탄 재고량을 비축했다. 발전용 석탄의 수입까지 검토할 정도였다.
○ 레드라인 넘기면 바로 공권력 집행
2011년 10월 2일 뉴욕 맨해튼 남부 주코티공원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대들이 밤을 새웠다. 목소리는 컸지만 ‘폴리스 라인’은 좀처럼 넘지 않았다. 당시 마이크 폴머 씨(26)는 “폴리스 라인은 우리와 저쪽 편의 약속이며 이 정도면 우리의 주장은 모두 다 안다”고 말했다.
시위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들이 사전에 시위 장소와 동선을 협의한다. 하지만 사전에 합의한 선을 넘는 순간 경찰은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곤봉을 휘두르고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 수갑을 채운다. 2011년 민주당 중진 루이스 구티에레즈 연방 하원의원도, 2009년 존 루이스 하원의원도 시위 도중 법을 어기자 예외 없이 체포됐다.
일본에서도 무질서와 폭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주 금요일 저녁 도쿄(東京)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지만 보도 전체를 점령하는 일은 없다. 퇴근길 시민들을 위해 보도 절반에 길게 늘어서 통로를 남겨 두는 것은 기본이다.
<특파원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