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정치부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제(28일) 밤 국정원 개혁특위 차원에서 여야 간사 간 잠정적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내용을 보고받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표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10여 차례의 논의를 거쳐 만든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것이다.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 출입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여야 간사들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걷어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소속 당의 협상 책임자를 비판한 것은 국정원 개혁특위에 냉소적인 당내 강경파를 의식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철도 파업에 대한 언급을 준비하긴 했지만 메시지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철도 파업을 지나치게 편들 수도 없고,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도 없는 김 대표의 딜레마를 보여준 것은 아닐지.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은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런 태도에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 대표와 민주당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정부 여당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각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다고 여론의 역풍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면서 당 지지율은 아직 반등의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2013년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