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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남산의 과거와 현재

입력 | 2013-12-30 03:00:00

‘철갑두른’ 소나무 베어내고… 日, 조선神山에 신궁 지어




서울 남산은 조선을 찾은 명나라 사신까지 한양 시내를 보기 위해 올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명소이다. N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양도성 낙산 구간, N서울타워, ‘삼순이 계단’(왼쪽 사진부터). 서울시 제공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옛 남산타워) 정상에서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남산(해발 265m)은 서울 구경의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 반면에 서울시민에게는 가까이 있는 만큼 너무 친숙해 신비감이 없는 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서울에서 남산만큼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드물다.

남산은 조선시대에도 인기 여행지였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궁궐 가까이 있는 데다 바위투성이 돌산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남산은 숲이 우거지고 골짜기마다 절승지여서 양반과 서민의 놀이터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명나라 사신이 남산에 올라 구경했다는 기록이 있는 등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코스였다.

남산의 다른 이름은 목멱산(木覓山)이다. 남쪽 산을 뜻하는 순우리말 ‘마뫼’를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 남산은 조선 왕실에서 국토와 왕경을 수호하는 신산(神山)으로 대접받았다. 1395년 12월에는 남산을 ‘목멱대왕’으로 봉작해 나라에서 제사를 받들게 했다. 산 정상에는 조선 중기까지 봄가을에 초제를 지내던 목멱신사가 있었고, 나라에서 제사 지내는 사당이라 하여 ‘국사당(國師堂)’이라고 불렀다.

남산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도 배어 있다.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으로 나라의 기상을 상징했던 남산의 소나무는 일제강점기에 크게 훼손됐다. 일제는 소나무가 자라던 곳에 아까시나무와 벚나무를 옮겨 심었다. 일제가 일본 토착 신앙의 상징인 신궁을 지으면서 국사당도 헐려 인왕산으로 옮겨졌다. 그러곤 남산에 일본인 거주지, 총독관저 등이 들어서 일제 통치의 거점이 되고 말았다. 2005년에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남녀 주인공이 입맞춤하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일명 ‘삼순이 계단’은 원래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한류 팬들의 포토존으로 각광받고 있다.

남산 구경의 백미는 N서울타워다. 사방으로 탁 트인 서울 전경이 압권이다. 예로부터 백년해로의 길지로 알려져 저녁이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로 붐빈다. 전망대는 360도 돌아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층인 T2는 서울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아래 한양도성 목멱 구간을 따라 인왕, 백악, 낙산 구간이 시야에 잡히는 최고의 장소다.

남산타워라 불리던 N서울타워는 1975년 당시 방송 송출 전파탑으로 세워졌다가 1980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2005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산 정상에 있는 N서울타워는 타워 높이까지 더하면 약 480m에 이른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스토리텔링’ 사업을 진행하며 타워 전망대 유리창 7개 면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한양도성 래핑을 23일 설치했다. 한양도성 18.627km를 일렬로 펼쳐놓은 모양으로 한양도성 6개 구간(인왕, 백악, 낙산, 흥인지문, 목멱, 숭례문)의 주요 지점과 볼거리를 사대문과 사소문을 중심으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서 실제 도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정협 서울시 관광정책관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한양도성같이 보존상태가 좋은 도시성곽을 보유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며 “스토리텔링 투어, 창작극 공연, 이야기패널 등 한양도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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