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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스캔들에 휘청이는 터키… 신흥국 경제위기 기름 붓나

입력 | 2013-12-30 03:00:00

고위층 부패로 反정부시위 격화… 첫 3선 총리 에르도안 궁지 몰려
美출구전략 맞물려 글로벌 악재로




‘21세기의 술탄’으로 불리며 11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59·사진)가 핵심 인사들의 잇단 대형 비리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속되는 터키의 정정 불안은 개발도상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새해 벽두 지구촌의 주요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잇따라 비리가 터지자 내각의 절반에 해당하는 장관급 인사 10명을 물갈이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는 28일 4000여 명의 시민이 “도둑 패거리들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에르도안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7일에는 이스탄불을 비롯해 앙카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물 대포와 최루가스 등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서 이스탄불 도심 탁심 광장 등에서만 적어도 70명이 체포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집권 정의발전당(AKP)과 검경 내부에서도 반(反)에르도안 총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터키의 정정 불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단 내년 3월 지방선거 때까지는 그가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정정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면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앞서 17일 터키 검찰이 부동산 건설 허가 비리 등으로 에르도안 총리의 최측근 24명을 구속하자 반에르도안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미국 등 외세의 음모”라며 반발했지만 이스탄불 등 주요 대도시에서 불길처럼 번지는 반정부 시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25일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으나 반정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2003년 3월 권좌에 오른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 최초의 3선 총리다. 당시 3030억 달러(약 318조1500억 원)에 불과했던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을 2012년 7893억 달러까지 늘려 이슬람주의와 시장경제를 잘 융합시킨 인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3선에 성공한 뒤 그가 낙태 금지, 여성 히잡 착용 등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반대파를 탄압하자 이미 서구 문물에 익숙해진 국민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그는 8월에 내년 대선 출마도 선언했다. 터키에서 총리는 3선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더이상 총리가 될 수 없다. 에르도안은 대선 출마 선언에 더해 대통령 권한 강화를 추진하며 권력욕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터키의 혼란이 신흥국 경제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터키의 외화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올해와 마찬가지로 터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 경제가 한꺼번에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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