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의 주인공 샘은 미국 월가에서 잘나가는 금융인이었다.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한테 살해당하는데 그 배경이 되는 것이 금융사기다. ‘갬블’ ‘쇼생크 탈출’ 등 영화에 금융사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만지는 일은 그만큼 탐욕과 유혹에 빠지기 쉬워 극적 소재에 걸맞기 때문이리라. 금융비리는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다. 1995년 한 트레이더의 사기성 투자로 영국 베어링은행이 파산했고, 2008년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에선 31세의 직원 한 명이 사상 최대 규모인 72억 달러의 금융 사고를 냈다.
▷올해 한국 금융가도 비리로 얼룩졌다. 국민은행은 직원 몇 명이 짜고 주택채권을 위조해 90억 원을 빼돌리는가 하면, 고객들에게 더 받은 대출이자 55억 원어치를 안 돌려주고 있다 적발됐다. 도쿄지점에선 리베이트를 받고 불법 대출을 한 혐의로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구속됐다. 횡령과 불법 대출 등 비리로 당국의 징계를 받은 은행 임직원은 올해 424명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금융권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의무휴가와 순환근무를 제도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글쎄.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