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3·끝>가락시장 주변도로 밤마다 몸살
23일 밤 12시 무렵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서문 앞 도로에 두 줄로 빼곡히 늘어선 트럭 옆에서 전동차가 짐을 옮겨 싣고 있다.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도로 주행이 금지된 전동차는 속도가 느리고 방향지시등이 없어 도로로 나오면 사고 위험이 높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남문과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 사이 왕복 6차로 도로. 가락시장 역부터 수서역을 향하는 이 도로는 20년 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트럭이 밤새 불법 주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락시장에서 물품을 도로에 주차된 트럭까지 옮겨 실어주는 길이 2m의 전동화물차가 시장 안팎을 들락날락하며 도로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동화물차는 전동차에 적재함을 연결해 개조한 것으로 원래 도로 주행이 금지돼 있다. 본보에 ‘분통 터지는 도로’를 제보한 한형구 씨(60)는 “이 도로는 밤마다 가락시장 주차장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인근은 교통사고가 잦은 곳 가운데 하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2012년 이곳에서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220명이 다쳤다. 지난달 11일에도 승용차가 짐을 싣던 전동차와 화물차를 잇달아 들이받아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구청·경찰은 주정차 단속을 강화했고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교통관리 요원을 8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불법 주차가 횡행했고 전동차는 도로를 달렸다. 아파트 단지에서 떨어져 단속이 덜한 가락시장 서문 쪽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물품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시장 밖에서 이뤄지는 것은 만성적인 주차 공간 부족 때문. 가락시장의 하루 출입 차량은 4만2000여 대에 이르지만 주차 공간은 10분의 1 수준이다.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을 넘긴 지 오래다. 매일 가락시장을 찾는다는 송모 씨(32)는 “시장 안 도로가 꽉 막혀 들어갔다 나오는 데 30분 이상 걸린다. 주차 위반 과태료를 물더라도 배달 시간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생계가 걸린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 주차 단속이 느슨했다. 가락시장 남문 앞 도로에는 폐쇄회로(CC)TV가 4대 설치돼 있지만 단속 효과는 낮았다. 트럭에 운전자가 줄곧 앉아 있다가 재빨리 짐을 싣고 떠나 버리므로 CCTV로는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김성욱 김은강 박하영 백가연 이예림 씨가 참여했습니다.
△얌체 같은 끼어들기 △나만 생각하는 불법 주정차 △꼬리물기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도로를 알려 주세요. e메일 주소는 traffic@donga.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