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미모의 20대 여성과 고작 필담을 하기 위해 엄청난 술값을 내는 손님이 많다는 건 보통 사람들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대목은 그가 책에 쓴 대로 “말로 하기 힘든 내용도 글로 옮기면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자 민경익 씨도 저서 ‘기적의 쪽지 대화법’에서 글의 매력을 강조했다. 자녀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할 때 전화나 말보다 쪽지에 적은 글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주장 고희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자기소개 화면에는 “뭉쳐라, 팀워크는 모두를 춤추게 만든다. 버텨라, 기회는 오고 상대는 무너진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그는 “감독님이 평소에 자주 하시는 말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이 이런 일을 일찌감치 시작한 것은 말로만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대화를 하려면 작정하고 해야 한다. 따로 만나 오랜 시간 상담을 하든가 술자리를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는 게 좋다. 지나가는 말로 아무리 얘기해봤자 ‘네’ 대답 한 번 하고 흘려버리면 그만이다. 지도자가 말이 많을 필요는 없다. 그 일을 하면서 글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선수들이 한 번만 읽었어도 종이 값은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삼성화재는 올 시즌에도 예상을 깨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선수들 머릿속에 아로새겨진 글 한 줄의 힘도 있을 것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