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철회/공공기관 이대로는 안된다]<1>힘 실린 朴정부 공공개혁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음을 인정하면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해에는 모든 비정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소식이 전해진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년에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계속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에 맞선 ‘가치 전쟁’에서 얻어낸 첫 결실을 이어 나가겠다는 자신감의 피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비정상의 정상화 첫 결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북한, 국회, 기업 등의 관계에 있어 기존의 불합리한 관행을 깨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5월 원자력발전소 부품 비리가 터지자 ‘비정상의 정상화’를 본격적인 모토로 삼았다.
박 대통령은 11월 국회 시정연설 때 4대 국정기조와 별도로 공공부문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때 ‘철도시설’을 원전, 방위사업, 문화재 분야와 함께 비정상의 정상화의 4가지 예 중 하나로 들면서 “각 분야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를 반드시 척결하겠다. 공공부문 개혁으로 솔선수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4가지 과제 중 원전과 방위산업, 문화재 분야는 큰 저항 없이 진행됐지만 철도 문제는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다. 파업사태 초기 “민영화는 아니다”라며 수세적인 방어에 집중했던 박근혜 정부는 노조가 대화를 거부하고 장기파업 태세에 들어가자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내에서는 타협 거부에 그치지 않고 부당한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타협이 아닌 ‘국민’을 위해 원칙을 지켜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 ‘가치 전쟁’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위협했을 때 우리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킨 것, 일본이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진전된 조치 없이 언론과 국제사회를 통해 정상회담의 압박을 가해 왔을 때 끝까지 버틴 사례도 이른바 ‘가치 전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다.
○ 노사정 대타협 행보 탄력 받나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에서 국민 세금을 줄이고 만성적 부채에서 벗어나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까지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이것은 국가경제를 볼모로 개인의 이득을 앞세우는 것으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공공기관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의 강력한 저항이었다. 하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 과정에서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이 적나라하게 공개됐고, 경쟁을 거부한 채 ‘철밥통’을 지키려는 구태가 드러나면서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게다가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태도에는 절대 타협은 없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실천되면서 앞으로 노조가 정당한 명분 없는 파업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해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의 여야 합의를 수용하는 형태로 마무리를 지은 것도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국회가 여야로 합의를 해 온다면 국민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 현안이 터지면 대통령만 쳐다보고 대통령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관행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신뢰와 원칙’ 외에 국민 통합과 노사정 대타협 행보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이렇게 강 대 강으로 부닥치면 향후 노사 문제를 풀기가 어려워질 거라고 우려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노조가 상식선에서 대화에 나선다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대화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치 전쟁(value war) ::
박근혜 정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에 대해 현 정부와 철도노조 중 누가 국민을 위한 진짜 세력인지 끝까지 가려 보자는 결단을 내렸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일시적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내다보고 길게 투자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