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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자-미복귀자, 勞-勞갈등 우려”

입력 | 2013-12-31 03:00:00

[철도파업 철회/남아있는 불씨들]
파업 참가 노조원 ‘착잡한 소회’… “자구책 뼈깎는 노력으로 임해야
이번 파업 명분 인정받을것 같다”… 시민 “우리만 피해… 勞-政 반성을”




“앞으로 회사에서 제시하는 자구책을 노조원들도 받아들여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임해야 이번 파업에 대한 명분을 인정받을 것입니다.”

이번 파업에 참가한 한 철도노조 조합원의 자성의 목소리다.

22일간의 역대 최장기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내 노사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본보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30일 철도노조 조합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 시민,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코레일에서 20년 근무한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업이 끝난다고 하니 가장 걱정되는 건 ‘노노(勞勞) 갈등’”이라고 했다. A 씨는 코레일 측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더이상 코레일 직원이 아니다”라고 최후통첩을 한 27일 파업 현장을 빠져나와 회사로 복귀했다. 그는 “최종 복귀 시한인 27일 밤 12시를 넘어서 복귀한 사람과 그 이전에 복귀한 노조원 간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파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우선 코레일이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각종 부채 문제, 민영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 등을 잘 모르던 국민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싸움을 정치권에서 중재하지 못해 파업이 길어졌을 뿐 한층 더 생산적인 결론을 얻지 못한 것엔 아쉬움을 드러냈다.

파업 기간에 대체 투입된 인력들도 갈등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사, 승무원 등에 본사 및 지역본부 인원을 투입했다”면서 “기존 노조원들과 대체 투입된 인력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 상황에서 본사의 부름을 받고 대체 복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파업 사태를 바라본 전문가와 시민들은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정부와 노조 모두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원칙과 기준을 잘 세워 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소속)는 “정부가 원칙을 지켜 무난하게 정리된 것 같다. 불법 파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선례를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민영화에 대해 ‘안 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마치 국가는 절대 민영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참여연대 소속)는 “민영화의 우려가 큰 가운데 철도노조가 문제제기를 했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민영화라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새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노동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도 이 파업이 국내 노사 문제에 미친 영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학원 강사 이모 씨(33)는 “앞으로 국민의 발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박모 씨(53)는 “22일 동안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노조가 별 소득 없이 끝낸 것을 보면 노조가 국민에게 불편만 끼치며 파업을 무리하게 끌어온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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