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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공휴일 풍년

입력 | 2014-01-01 03:00:00


10월 1일 토요일, 2일 일요일, 3일 개천절, 4∼7일 추석 연휴, 8일 토요일, 9일 일요일. 누군가 이런 내용과 함께 ‘열심히 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2014년에 이런 ‘방학 같은 휴일’이 있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2044년이다. 2044년이면 내 나이 80이 넘는데 매일이 휴일, 살아있는 게 축복 아니겠는가. 일할 수 있어야 ‘놀 수 있다’는 기대도 설렘이 된다.

▷지난해는 설날과 어린이날이 일요일이었다. 금요일인 삼일절과 부처님오신날이 그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 주었다. 반면 2044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갑오년은 휴일이 많아 달력 첫 장을 넘기는 기분이 가볍다. 안전행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공휴일은 67일로 12년 만에 가장 많다. 법정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때 평일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추석 연휴가 하루 늘었고 지방선거일(6월 4일)에도 출근을 안 한다.

▷달력에 빨간 숫자가 많다고 꼭 기분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직장도 잡지 못한 청년 백수, 해고당한 실업자에게 휴일은 쉼이 아니라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다. 중소기업을 꾸리는 사람들에게는 생산량 감소나 특근 수당이 늘어나 부담이 커진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말해 주듯 휴일은 고단한 근로의 달콤한 대가이며, 단단하게 무장한 스트레스의 풀어헤침이다. 적당히 휴일을 즐겨야 창의적 발상이 솟구치고 소모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

▷공휴일만 신나란 법 있나. 금년에는 김연아의 환상적 스케이팅을 볼 수 있는 소치 겨울올림픽(2월 7∼23일), 온 국민이 다시 빨강 티셔츠를 입고 TV 앞에 앉아 있을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 한국의 자부심을 드높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9월 19일∼10월 4일)도 있다. 만날 놀기만 하면 되겠는가. 지방 살림을 잘 꾸릴 지방자치단체장도 잘 뽑아야 한다. 무너진 교육을 생각하면 교육감 선거도 자치단체장 못지않게 중요하다. 평일도 건강하고 열심히 살아야 휴일을 즐거운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