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철도파업에 대한 지지대기업 성토와 입사 열망, 중소기업 육성 지지하면서 외면새해에는 사실 존중하고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판단력 갖추기를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이번 파업의 결말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 세대의 반응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20, 30대는 65%의 응답자가 “철도파업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민영화 반대’라는 철도노조의 주장에 수긍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철도 민영화는 현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정부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조치는 민영화가 아니라 내부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80%가 대학 진학자인 젊은 세대가 이 정도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국민은 ‘민영화 반대’ 구호에 등을 돌렸고, 철도노조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응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번 파업을 주도한 진보 진영의 논리에 젊은 세대가 무조건 동조하고 편승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민영화라는 단어가 상기시키는 ‘무한 경쟁’의 세태에 대한 거부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대한 철옹성’이 되어 버린 공기업 노조의 기득권 수호 시위에, 가진 것 별로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편을 드는 것은 기막힌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진보 진영은 전통시장 살리기를 강조하고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드러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외국계 대형마트를 표적 삼아 위반 사항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젊은 세대는 이런 진보 진영에 상당한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옛 추억에 젖어 이따금 가보는 전통시장에서는 젊은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이 든 상인과 중년 이상의 손님들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뿐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20, 30대로 북적거린다. ‘지지 따로 행동 따로’의 위선이다. 어디 그뿐일까. 국회의원 선거 때는 대기업을 옥죄는 진보 후보를 선택하고 중소기업 육성에 동조하면서도 현실에선 대기업 입사를 갈망하고, 일자리에 여유가 있는 중소기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진보 성향에 기우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사를 정확한 근거를 갖고 저울질하고, 의도가 뻔한 정치적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일은 우리 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기성세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세대가 잘못을 해도 나무라는 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며 등을 두드려 주기에 급급하다. 부모들의 자식 과잉보호는 대학은 물론이고 취업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어느 세대보다도 풍요를 누리고 있는 젊은 세대는 ‘불쌍한 청춘’ ‘억압 받는 세대’로 자리매김 됐다. 세계 어디에도 젊은 세대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나라는 없다.
젊은 세대에 대한 격려는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격려만으로 끝난다면 기성세대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미래를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을 일깨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