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독도에서 마라도까지… 국토는 늠름했다

입력 | 2014-01-01 03:00:00

F-15K 세밑 초계비행 동승 르포




제주 성산일출봉 상공서 ‘불꽃’ 발사 11전투비행단 예하 122비행전투대대 소속 F-15K 전투기 편대가 지난해 12월 31일 독도 및 이어도 초계(순찰)비행 도중 제주도 성산일출봉 상공에서 플레어(불꽃 발생장치)를 발사하고 있다. 공군 제공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5시 20분. 대구 11전투비행단 예하 122비행전투대대의 브리핑룸. 6대의 F-15K 편대 조종사들은 계사년 마지막 초계(순찰)비행 임무 점검을 마쳤다. 이들은 곧바로 콤비(이동차량)를 타고 격납고로 향했다. 격납고 출입구 옆 벽면에 그려져 있는 태극기가 출격 준비를 위해 켜놓은 불빛에 반사돼 유독 선명해 보였다.

오전 6시 45분, 모든 준비를 마친 F-15K 편대가 일렬로 활주로에 섰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초계 비행에 취재기자가 동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륙한 F-15K들은 순식간에 고도 3km에 이르렀고, 시속 500km로 날았다.

밑으로 보이는 구름은 마치 드넓은 빙하 대륙 같았다. ‘구름 설국’ 위에서 여명을 맞으며 비행한 지 25분. 독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일 간 갈등과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어서 그런가. 독도는 더욱 늠름해 보였다. 세찬 파도와 강풍에도 동해에 우뚝 서있는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2014년 갑오년에도 대한민국 공군은 영공 방호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필승!”

독도 상공에 도달한 오전 7시 22분. 김성주 F-15K 전투기 임무 편대장(소령)의 새해 인사가 전투기 헬멧 안의 교신 스피커로 들려왔다. 기자가 동승한 F-15K의 조종간을 잡은 고상희 소령은 “독도 초계비행 때마다 대한민국 영토 끝자락까지 수호한다는 소명감을 절감한다”며 “조종사들은 일본의 역사 도발을 계기로 조국 수호의 남다른 각오를 더욱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을 뚫고 태양이 떠올랐다. 그 빛은 바이저(전투기 헬멧의 고글)를 끼고 있어도 눈부실 정도로 강렬했다. 이때 편대가 좌우로 갈라지는 기동을 실시했다. 가슴이 눌리고 아랫배에 상당한 압력이 느껴졌다. 공군 관계자는 “(지금 느끼는 중력은) 몸무게의 최대 4배에 가깝다”고 설명해줬다. F-15K 조종사들은 작전을 수행할 때 순간 최대 9배의 중력을 견뎌야 한다. 이 때문에 3년에 한 번씩 항공 적응 훈련에 통과해야 전투기를 몰 수 있다.

편대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 바퀴 선회한 뒤 포항 부산 여수 방향으로 나아갔다. 최남단 마라도로 가기 위해서다. 고도를 600m로 낮추자 거가대교와 부산항이 장난감 모형처럼 눈에 들어왔다. 밀착대형으로 이동하는 편대의 날개 간 거리는 불과 5m. 7년간 F-15K를 몰아온 고 소령은 “공중에서 시속 500∼600km로 날며 이처럼 근접 대형을 유지하는 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을 지나 마라도에 도착했다. 정부가 8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새롭게 발표하면서 마라도 남쪽 해상 일부까지 KADIZ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JADIZ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 탓에 조정을 위한 양국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편대는 제주도 한라산과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소백산맥을 지나 기지로 돌아오는 것으로 2시간 반, 1200여 km의 초계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조광제 11전투비행단장(준장)은 “동북아 안보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훌륭한 대원들이 있어 언제나 든든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