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세밑 초계비행 동승 르포
제주 성산일출봉 상공서 ‘불꽃’ 발사 11전투비행단 예하 122비행전투대대 소속 F-15K 전투기 편대가 지난해 12월 31일 독도 및 이어도 초계(순찰)비행 도중 제주도 성산일출봉 상공에서 플레어(불꽃 발생장치)를 발사하고 있다. 공군 제공
오전 6시 45분, 모든 준비를 마친 F-15K 편대가 일렬로 활주로에 섰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초계 비행에 취재기자가 동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륙한 F-15K들은 순식간에 고도 3km에 이르렀고, 시속 500km로 날았다.
밑으로 보이는 구름은 마치 드넓은 빙하 대륙 같았다. ‘구름 설국’ 위에서 여명을 맞으며 비행한 지 25분. 독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갑오년에도 대한민국 공군은 영공 방호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필승!”
독도 상공에 도달한 오전 7시 22분. 김성주 F-15K 전투기 임무 편대장(소령)의 새해 인사가 전투기 헬멧 안의 교신 스피커로 들려왔다. 기자가 동승한 F-15K의 조종간을 잡은 고상희 소령은 “독도 초계비행 때마다 대한민국 영토 끝자락까지 수호한다는 소명감을 절감한다”며 “조종사들은 일본의 역사 도발을 계기로 조국 수호의 남다른 각오를 더욱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을 뚫고 태양이 떠올랐다. 그 빛은 바이저(전투기 헬멧의 고글)를 끼고 있어도 눈부실 정도로 강렬했다. 이때 편대가 좌우로 갈라지는 기동을 실시했다. 가슴이 눌리고 아랫배에 상당한 압력이 느껴졌다. 공군 관계자는 “(지금 느끼는 중력은) 몸무게의 최대 4배에 가깝다”고 설명해줬다. F-15K 조종사들은 작전을 수행할 때 순간 최대 9배의 중력을 견뎌야 한다. 이 때문에 3년에 한 번씩 항공 적응 훈련에 통과해야 전투기를 몰 수 있다.
편대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 바퀴 선회한 뒤 포항 부산 여수 방향으로 나아갔다. 최남단 마라도로 가기 위해서다. 고도를 600m로 낮추자 거가대교와 부산항이 장난감 모형처럼 눈에 들어왔다. 밀착대형으로 이동하는 편대의 날개 간 거리는 불과 5m. 7년간 F-15K를 몰아온 고 소령은 “공중에서 시속 500∼600km로 날며 이처럼 근접 대형을 유지하는 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