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轉迷開悟’ 뽑아
2014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접인춘풍(接人春風)’이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명말 문인 홍자성(洪自誠)이 펴낸 처세서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가을서리처럼 매섭게 대하라는 뜻의 ‘임기추상(臨己秋霜)’과 대구를 이루는 표현이다.
지난해 유독 막말 논쟁이 많았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처한 위치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게 독한 막말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쏟아 부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견강부회와 아전인수가 넘쳐났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은의 북한은 남한에 대해 거친 언동을 일삼았고 동북아에선 이웃 나라의 역사적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드는 언행이 잇따랐다.
올해는 ‘세상에서 가장 고운 게 사람이고, 사람이 가진 것 중 가장 고운 게 말’이란 표현의 속뜻을 한번쯤 되새겼으면 좋겠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벅찰 때일수록 엄격한 잣대는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워지자. ‘인간에 대한 예의’란 표현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의 패권화로 얼어붙은 한중일 삼국 관계에도 봄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접인춘풍, 넉자를 다시 써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