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시절 선임, 모금회 99만원 기탁… “어려운 학생에게 꼭 전해주세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시 반경 울산 남구 월평로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20대 청년이 찾아와 봉투를 내놓았다. 직원들이 개봉해 보니 편지와 함께 현금 99만 원이 있었다. 이 편지에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 99만 원을 2011년 군 제대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숨진 ‘황승원’이라는 이름으로 기부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치열하게 살다간 황승원이라는 젊은 청년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큰돈을 내지 못해 죄송하지만, 작은 돈이나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어린 친구에게 전해주면 좋겠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그는 “승원이가 떠나는 날 군대 동기들과 함께 모은 부의금도 승원이 어머니께서는 받지 않으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고, 더는 등록금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성금을 낸 사연을 설명했다. 그는 끝내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모금회 사무실을 나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