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4 패션-유통 트렌드
준지의 2014년 봄여름 파리 컬렉션에서 선보여진 네오프랜 소재 스웨트 셔츠. 올 봄여름 남성복의 유행 색상중 하나인 파란색을 주조색으로 내세웠다. 준지 제공
A style은 6개월가량 앞서 열린 201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미리 엿본 유행 예감 스타일부터, 소비자 태도와 관련한 메가 트렌드까지 올 한 해 당신의 스타일을 지배할 패션 및 유통 트렌드에 돋보기를 들이대 봤다.
대체적인 올해 패션 소비 트렌드는 ‘큐레이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온라인의 발달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상품 관련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연령과 가격대로 세분화된 고정된 콘셉트의 브랜드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 자신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을 ‘큐레이팅’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개인이 스스로의 취향을 구분해 집중하는 ‘자기 세분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보라 & 푸른색이 뜬다
올 봄여름 여성복의 유행색인 파스텔톤 보라색을 입힌 랙앤본의 컬렉션과 파란색을 내세운 마르니의 2014년 리조트컬렉션(왼쪽부터). 랙앤본, 마르니 제공
남성복에서는 흰색과 파란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한 브랜드가 많았다. 준지, 라코스테 등은 스포티한 느낌이 나는 푸른색 팬츠와 스웨터 등을 선보였다. 여성복에서도 원피스의 프린트, 밑단 등에 채도가 높은 파란색을 넣어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브랜드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 큐레이팅-시즌리스 상품 바람, 유통 휘젓는다 ▼
왼쪽부터 얇은 소재를 여러 개 겹친 레이어링 스타일을 선보인 데스킨스 띠어리의 원피스. 럭셔리하고 활동적인 느낌이 결합된 에밀리오 푸치와 랙앤본 컬렉션. 모두 201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의상들이다.
레이어링 & 플리츠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장식.
한편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주름(플리츠) 디자인도 다양한 여성 의상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세이 미야케의 봄여름 파리컬렉션에서는 어깨와 바지 부분에 열을 가해 주름을 잡은 의상들이 제안됐다. 이런 주름 장식은 볼륨감을 부여해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낸다.
컨템퍼러리 스타일
준지의 네오프렌 스웨트 셔츠.
대표적인 브랜드가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스웨트셔츠를 히트시킨 겐조다. 또 디자이너 준지(Juun.J)의 네오프렌(잠수복 소재) 스웨트 셔츠도 많은 패션 피플의 관심을 받고 있다.
럭셔리 스포티룩
알렉산더 왕의 컬렉션에는 스포티즘과 스트리트 감성이 함께 녹아있다.
팬츠와 상의 앞판 부분이 연결된 ‘오버롤 팬츠’도 데님부터 면까지 다양한 소재로 제작돼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내 몸보다 큰 사이즈로 헐렁하게 입었던 1990년대 오버롤 팬츠와 달리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슬림한 디자인이라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개성 있는 스트리트룩
겐조의 스냅백.
스트리트 트렌드의 확산으로 비이커,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와 같은 스트리트 편집숍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젊은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올해 스트리트 브랜드의 입점 비중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소비자와 가치 공유
토리버치는 SNS를 통해 소비자 선호 트렌드를 조사한 뒤 의상을 제작한다.
이러한 SNS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은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마케팅과 결합되었을 때 엄청난 파급력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브랜드 토리버치는 사진공유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색과 어떤 스타일을 사용하고 좋아하는지를 묻고 여기에 따라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이처럼 고객과 함께 이야기를 공유한 뒤, 가치를 가진 콘텐츠를 만드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판도 변화의 주역, SPA
토종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스트라이프 셔츠.
이에 맞서 에잇세컨즈, 탑텐, 스파오, 미쏘 등 토종 SPA도 외형 확장을 가속화하며 이들 브랜드의 국내 총매출도 5000억 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치 소비 트렌드와 SPA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고전하던 국내 브랜드들도 SPA 브랜드로 속속 전향하고 있다. 이랜드는 ‘후아유’와 ‘로엠’을 SPA 형태로 전환했고 세정은 ‘인디안’을 ‘웰메이드’라는 SPA형 브랜드로 바꿨다. 올해는 아웃도어 의류에서 아동 신발에 이르기까지 보다 다양한 형태의 SPA 브랜드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글=오수민, 권은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