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이런 설명을 듣다 보니 5월 찾았던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목격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울산공장 생산라인에는 상당수 직원이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자동차 조립은 천천히 흘러가는 컨베이어벨트 위 차체에 각자가 맡은 부품을 끼워 넣는 식으로 진행된다.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이 넘다 보니 일부 직원은 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일을 미리 끝내기도 한다. 일명 ‘올려치기’다. 오후 3시부터 울산공장 출입문은 마치 마라톤 출발 현장 같았다. 주간 2교대제로 바뀐 뒤 1조의 정규 퇴근시간은 오후 3시 반이다. 30분 먼저 퇴근 준비를 마친 근로자들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정문 앞에서 보안요원의 출입통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편성효율은 국내 공장 57.7%, 베이징 1∼3공장 90.1%였다. 편성효율은 낮을수록 적정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는 뜻이다. 국내 공장이 같은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사람을 쓰는 셈. 그럼에도 차를 1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HPV’는 국내 공장이 28.4시간으로 베이징 3공장 16.5시간보다 훨씬 길다.
지난해 11월 현대차 노조는 중도실리 성향의 이경훈 위원장을 새 수장으로 뽑았다. 국내 각 기업노조의 ‘맏형’격인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국내 노동계의 풍향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올해는 특히 통상임금 이슈 등 노동계의 ‘뇌관’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기업이 잘돼야 직원도 좋고 직원이 노력해야 기업도 발전한다”는 왕젠핑(王建平) 베이징현대 공회주석(한국의 노조위원장 역할)의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