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드론 1위 업체 ‘3D로보틱스’ 창업자 크리스 앤더슨
한국에 청계천이 있다면 미국엔 ‘메이커스(Makers)’ 운동이 있다. 메이커스는 취미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몇 년 전부터 3D프린터 등 공작기계들이 저렴하게 보급되면서 메이커스 운동이 점차 조직화되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관심사가 비슷한 동호인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 시제품을 만든 후 중국 등에 아웃소싱해 대량생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소형 무인비행기(드론) 1위 업체인 3D로보틱스를 설립한 크리스 앤더슨(사진)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 ‘사이언스’, ‘와이어드’ 등을 거친 언론인이며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의 작가이기도 하다. 취미로 운영하던 인터넷 드론 동호회를 바탕으로 2009년 창업했다. 3D로보틱스에서 판매하는 드론의 껍데기는 공장에서 만들지만 핵심 경쟁력인 제어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동호회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만들어준다. 회사 가치는 현재 수백억 원에 달한다. DBR 143호에 게재된 앤더슨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들은 드론 개발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것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특허 출원 없이 전부 온라인상에 공개된다. 그래서 수백 명이 동시에 같은 주제를 놓고 연구하며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동호인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리가 안 돼서 힘들 것 같다.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프로젝트의 리더들은 개발 일정을 세우고 팀원들과 정기적으로 미팅을 갖는다. 개발 목표, 납기 기한도 정해진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생긴다. 물론 강제적인 것은 아니므로 누군가 주어진 기한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동호회 안에서 그 멤버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지고, 결국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기 마련이다. 이런 자발적 참가자들에겐 돈만이 보상이 아니다. 많이 기여한 사람에게는 스톡옵션을 줄 수도 있지만 조금 기여한 사람에겐 머그컵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실력 있는 동호인이나 팀을 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진 않나.
―메이커스 기업들이 대기업을 제치고 제조업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메이커스 문화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의 근원이지만 주로 창업 단계에만 적용되는 얘기다. 사업이 커지면 전통적인 제조업 모델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제조라인이 있고 공장이 있다. 대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제품 개발 플랫폼을 완전히 개방해서 누구나 우리의 플랫폼 기반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생각해 보라. 모토로라, 삼성, LG 같은 회사는 자체 생산라인에서 휴대전화의 하드웨어를 만들지만 이들은 모두가 안드로이드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고 또 그 플랫폼 위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것이 개방된 플랫폼의 힘이다.”
―미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메이커스 문화가 통할까.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