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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유증…‘황선홍 축구’가 흔들린다

입력 | 2014-01-02 07:00:00

지난 해 더블을 달성한 포항 스틸러스가 한껏 높아진 선수들의 연봉 기대치 때문에 혹독한 우승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굳은 표정의 황선홍 감독. 스포츠동아DB


■ 포항의 힘겨운 겨울나기

모기업 지원 작년과 비슷한 100억원 안팎
선수들과 연봉 이견 폭 커 협상 지지부진
용병 영입도 없고 핵심 선수 이적 가능성


포항 스틸러스가 새 시즌을 앞두고 혹독한 ‘우승 후유증’을 겪고 있다.

포항은 작년 환상적인 점수표를 받아들었다. 황선홍 감독의 노련하고 냉철한 지휘 아래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석권하는 영예를 누렸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황 감독은 K리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선수들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수비수 김원일과 미드필더 이명주, 공격수 고무열 등이 K리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위기를 기회로 딛고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어려움에 봉착했다.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침에 따라 연봉 인상안이 클 수밖에 없다. 포항은 2년 동안 3개의 우승 트로피(정규리그 1, FA컵 2개)를 들어올렸다. 우승 프리미엄이 크게 붙어 되레 연봉 협상에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선수들이 연봉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협상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과 연봉 이견 폭이 크다”고 토로했다. 구단은 작년 9월 황 감독과 일찌감치 2년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 우승 공신들을 온전히 데려갈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다.

구단 사정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2014시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기업 포스코로부터 작년과 비슷한 100억원 안팎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제가 좋지 않아 추가지원을 이끌어낼지도 미지수다. 외국인선수 없이 버텼던 작년과 비슷한 살림살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증액은 없고 지출만 늘 수밖에 없다. 운신의 폭이 좁다.

구단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과 연봉 협상에서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몇몇 선수들은 크게 불만을 드러내며 구단의 고압적인 자세에 혀를 내둘렀다. 자금 마련을 위해 핵심 선수들을 뒤늦게 이적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올 시즌이라고 다를 법이 없다. 포항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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