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중시 상징… 전임시장과 차별화, 눈폭풍 대처-부자증세가 첫 관문 클린턴 前대통령, 공식 취임식 주재… 민주당 ‘20년만의 시장 탈환’ 축하
1일 0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소니아 소토마요르 미국 대법관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대형 볼을 떨어뜨리자 운집한 관중이 환호성으로 2014년을 맞았다.
1분 뒤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빌 더블라지오 신임 뉴욕 시장은 브루클린 자택에서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 주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성경에 손을 얹은 채 취임 선서를 했다. ‘더블라지오의 시대’는 이렇게 시작됐다. 제109대 뉴욕 시장인 그는 선서 직후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뉴욕 언론은 그가 자택에서 취임 선서를 한 것에 대해 뉴욕 시 5개 버러(Borough·일종의 구) 가운데 맨해튼을 중시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과 확실히 선을 긋는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브루클린에 있는 더블라지오의 집이야말로 일반적인 뉴욕 시민을 대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것이다. 그는 1년 전 시장 선거 출마 선언도 이곳에서 발표했었다.
앞서 전날 가족들과 집무실을 방문한 더블라지오 시장은 감회에 젖었다. 1991년 데이비드 딩킨스 전 뉴욕 시장의 부보좌관이었던 그가 시장 연설 담당관이었던 부인 셜레인 매크레이를 처음 만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공식 취임 선서를 한 지 12시간 뒤인 1일 정오 시청 앞에서 5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민주당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식을 주재하면서 20년 만에 민주당이 뉴욕 시장직을 탈환한 것을 축하했다. 더블라지오가 선서에 사용하는 성경은 민주당 출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한때 소유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의 첫 과제는 미 동북부를 강타한 눈폭풍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약으로 내건 부자 증세를 어떻게 관철시킬 것이냐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더블라지오와 클린턴 부부의 인연은 깊다. 더블라지오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주택도시개발부에서 지역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힐러리가 2000년 뉴욕 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는 선거 캠페인 핵심참모로 활동했다. 더블라지오는 “두 사람 모두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영광이다. 더할 수 없이 흥분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