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기름도 채우지 않고 자살 비행을 하는 가미카제 특공대는 현실에서는 누구에게나 거부되지만 상상 속에서는 집요하게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일본에서 가미카제 특공대를 다룬 ‘영원의 제로’라는 소설이 450만 부 이상 팔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세밑에 도쿄 롯폰기에서 영화를 본 뒤 기자들에게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극우 정치인 아베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한 해 마무리다.
▷영화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은 누구나 “천황 폐하 만세”를 부르며 기꺼이 자폭 공습에 뛰어들었다는 상투적 설정을 일단 거부한다. 주인공이 뛰어난 비행기술을 익히는 것은 오로지 살아 돌아가겠다는 열망 때문이다. 생환에 집착하는 그를 동료들은 비겁한 놈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투에서 매번 살아 돌아온다. 천재적 비행기술 덕분에 특공대 교관으로 살아남았던 그도 그러나 전쟁 막바지에 결국 특공대에 편입돼 희생되고 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