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쓰는 더블 호른(위 사진)과 빈 필의 독특한 빈 호른.
요즘은 세계 곳곳에서 이 음악회를 모방해 왈츠와 폴카로 꾸미는 신년음악회가 열립니다. 그렇지만 빈 필 특유의 ‘붕 뜨는 듯한’, 밝고 화사한 음색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빈에서 사용되는 ‘빈식 호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른은 긴 구리관을 둥글게 말아 올린 아름다운 악기죠. 빈 필 신년음악회를 보면 이 호른의 모습이 다른 악단과 다릅니다. 다른 악단의 호른은 구불구불 말린 관이 큰 원 안에 들어가는데, 빈의 호른은 마우스피스(입을 대고 부는 부분) 근처에 두 번 말린 작은 관이 툭 튀어나와 두드러져 보입니다.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이 다르다고 큰 차이가 날까요. 그렇습니다. 금관악기들은 대체로 소리가 큰 데다 호른은 표준적인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4대나 들어갑니다. 금관 중에서도 호른은 소리가 둥글게 잘 퍼져나가 ‘관현악의 용연향(龍涎香)’이라고 불립니다. 향수 성분 중에서 다른 향들을 잘 섞이게 만드는 용연향에 비유한 표현이죠. 그런 만큼 전체 합주의 색깔에 미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저는 2003년 4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기억합니다. 마이크를 대고 확성장치를 사용하는 연주회인데 빈 필 소리의 개성이 제대로 전달될까 의심했죠. 그러나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소리는 첫 마디부터 빈 필 특유의 그것이었습니다. 역시 빈 호른이 큰 몫을 했을 것입니다.
올해도 빈 신년음악회는 1일 빈 무지크페라인잘의 황금홀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는 이스라엘 출신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대에 섰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