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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여성 상임지휘자 성시연에 거는 기대

입력 | 2014-01-02 03:00:00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상임지휘자나 음악감독 자리는 ‘금녀(禁女)의 벽’이 높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렇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지휘대에 여성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영국의 여성 지휘자 제인 글로버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 데뷔했는데, 133년 메트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지휘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글로버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를 1시간 이상 줄인 축약판을 지휘했다.

미국의 마린 알솝은 최근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여성 지휘자로 꼽힌다. 그는 2007년 볼티모어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았는데, 이것이 여성 지휘자가 주요 악단의 수장이 된 첫 사례이다. 알솝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휘자의 길에 들어설 때만 해도 여성 지휘자가 점차 늘어날 거라 여겼는데 그 수는 30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유럽 음악계의 분위기가 번져 있는 탓일까. 지휘자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상하거나 모금을 책임지다 보니 여성의 진입 장벽이 높은 면도 있다.

여성 지휘자 앤 맨슨은 영국의 오페라 극장으로부터 “우리는 오케스트라의 맨 앞에 결코 여성을 세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로라 잭슨도 “우리는 여성 지휘자를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말을 전한 오케스트라 책임자는 여성이었다. 국내에서도 한 여성 지휘자가 지휘봉을 든 연주회에서 “리허설부터 오케스트라의 분위기가 싸늘했다”, “단원들이 은근히 무시했다”는 뒷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최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성시연 씨(38)를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 상임지휘자로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새해에 또렷한 발자국을 찍으며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