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旺山으로 바뀐 강릉 왕산‘日王의 산’ 의미… 조례 만들어 복원
강원 강릉시 왕산면이 일제강점기 때 빼앗긴 옛 한자 지명을 100년 만에 되찾았다. 강릉시는 왕산면 왕산리의 한자 표기 ‘왕산(旺山)’을 ‘왕산(王山)’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강릉시 왕산면 등의 한자 명칭 변경에 관한 조례’가 8일부터 시행된다고 2일 밝혔다.
강릉시에 따르면 고려 때 ‘임금의 산’이란 의미로 왕산(王山)이란 이름이 붙여졌지만 1914년 조선총독부령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 때 ‘성할 왕(旺)’자의 왕산(旺山)으로 바뀌었다. ‘왕(旺)’ 자는 ‘일본왕(日+王)’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녹색연합이 2004년 백두대간 주변 지명 가운데 일제가 왜곡한 우리 지명을 조사한 결과 22곳의 지명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제는 지명에 쓰이던 ‘왕(王)’ 자를 ‘황(皇)’이나 ‘왕(旺)’으로 바꿨다.
이후 주민들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본래 한자 이름 복원을 추진했고 지난해 10월 전체 주민 17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했다. 강릉시도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명칭 정비 추진 계획에 따라 왕산의 한자 명칭 복원을 추진해 지난해 11월 주민 의견 수렴과 관련 조례안의 입법 예고를 거쳤다. 강릉시는 명칭 변경 이유로 역사적 자료와 행정구역 명칭의 정통성 회복을 들었다. 강릉시는 연곡면 ‘신왕리(新旺里)’도 옛 표기인 ‘신왕리(新王里)’로 복원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왕산이란 지명은 고려 우왕이 지금의 왕산리 지역에 유배되면서 ‘제왕산(帝王山)’이란 이름이 생겨났고 후에 ‘왕산’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