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이상화(오른쪽). 스포츠동아DB
■ ‘피겨 여왕’과 ‘빙속 여제’ 소치를 정복하라
피겨·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생명 짧은 종목
역대 동계올림픽 각 종목 2연패 선수는 2명뿐
김연아·이상화, 4년간 세계 최정상 자리 지켜
‘피겨 여왕’과 ‘빙속 여제’가 나란히 올림픽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신화에 도전한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갓 스무 살이 된 김연아와 스물한 살의 이상화는 각각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피겨에서 김연아는 한국선수 최초,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는 아시아 여자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생명이 매우 짧은 종목이다. 하계올림픽의 체조, 육상 단거리와 비슷하다. 4년마다 열리는 만큼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은 매우 힘든 도전이다. 그러나 이상화와 김연아는 4년 동안 세계 최정상을 지켰다. 이제 나란히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한 번 출전하기도 힘든 올림픽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은 여러 종목을 통틀어서도 손을 꼽아야 할 정도다. 올림픽과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신화를 향해 이상화와 김연아가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피겨는 섬세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연기를 빙판 위에서 펼쳐야 한다. 그만큼 유연한 몸, 폭발적 운동능력이 필요해 선수생명이 무척 짧다. 지금까지 피겨 여자 싱글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불과 2명뿐이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소냐 헤니(노르웨이)다. 헤니는 1928년 장크트모리츠올림픽,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올림픽,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두 번째 주역은 동독의 빙상 요정 카타리나 비트로 1984년 사라예보대회와 1988년 캘거리대회에서 잇달아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가 소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역대 3번째이자, 현 채점제도 하에선 첫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이 된다.
● 역대 3번째 올림픽 2연패에 다가선 이상화
주관적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 피겨와 달리 스피드스케이팅은 ‘날 것’ 그대로의 기록경기다. 세계랭킹 1위, 디펜딩 챔피언의 어드밴티지는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화는 굳건하다. 오히려 4년 전보다 더 빨라졌다. 피겨 여자 싱글과 마찬가지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도 지금까지 올림픽 2연패 이상의 위업은 고작 2차례뿐이었다. 첫 주인공 보니 블레어(미국)는 1988년 캘거리∼1992년 알베르빌∼1994년 릴레함메르에서 잇달아 여자 500m 올림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1000m에서도 2연패(알베르빌·릴레함메르)에 성공하며 3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5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1998년 나가노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우승한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는 최근 1년 새 4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