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식 스포츠부장
필자도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샐러리맨이다. 세수 확대의 ‘봉’이라고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놀랐다. 불로소득인 로또 당첨금 세율보다 높지 않은가.
1년 소득이 4600만 원에서 8800만 원 사이에 있는 월급쟁이의 소득세율은 24%다. 그런데 이보다 많게는 6배 이상인 로또 당첨금 3억 원까지에 붙는 세율은 22%로 더 낮다. 3억 원을 초과하는 대박 로또도 액수에 상관없이 세금은 33%만 내면 된다.
이를 감안할 때 얼마 전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FA 계약은 그야말로 잭팟이다.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 중 세금 40%를 내더라도 800억 원은 이미 통장에 들어와 있는 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고액 연봉자인 FA의 부상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 만약 부상 탓에 뛰지 못하면 보험회사가 연봉의 일정액(50∼80%)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구단이 지불한다. 일반 월급쟁이는 장기간 병가를 냈을 때 기본급의 일정액을 받는 것도 감지덕지이건만….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면 직전 구단이 FA 계약 당시의 연봉을 보전해 준다. 추신수가 ‘두 마리 토끼(고액 연봉+장기 계약)’를 잡았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프로스포츠 구단이 FA와의 장기 계약을 꺼리는 이유는 ‘먹튀’(먹고 튀는 선수) 때문이다. 거액의 계약금이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친 사례는 많다. 5년간 6500만 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박찬호는 첫 시즌인 2002년 시범경기 중 오른쪽 허벅지를 다치는 바람에 몸값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먹튀 투수 3인’에 그를 꼽았다. 박찬호는 2003년에는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한국 출신인 데다 똑같은 팀으로 이적한 추신수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먹튀가 스포츠계에만 있는 건 아니다. ‘먹튀 환자’, ‘먹튀 정치인’, 그리고 ‘먹튀 단체장’도 있다. 올해 6·4지방선거에서는 어떤 ‘먹튀 공약’이 쏟아져 나올까. 지난 선거 때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한 단체장이 재선에 도전한다면 엄중히 심판하자. 먹튀와 참일꾼은 가려내야 한다. 그게 바로 소중한 한 표의 힘이자 의무다.
안영식 스포츠부장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