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경제 엔低 공포]원화 강세 어디까지 가나
환율이 새해 벽두부터 경기 회복을 노리는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경제회복 기조를 바탕으로 도약을 노렸던 국내 증시도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에 새해 첫 거래일부터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일본의 아베노믹스 지속, 신흥국과의 차별화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한국 유입 등 대내외 경제 여건들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라는 두 악재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 “달러당 900원대 환율도 예상”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도네시아 인도 등 다른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한국은 오히려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침체기에서 벗어나 회복기를 향해 가고 있고, 시장금리도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아 원화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당하다.
엔화는 이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미국이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도모하는 것과 달리 일본 정부는 무제한 엔화 공급과 경기부양을 모토로 한 아베노믹스를 새해에도 강력히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완화 정책을 시한을 두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도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정세 안정을 위해 일본의 경기부양책을 일단은 용인할 태세다. 특히 올해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 때 일본 당국이 경기악화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국제금융계에 퍼져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에 영향을 끼치는 대내외 여건도 문제지만 미국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아직도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며 “환율이 올해 안에 달러당 920∼93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화가 워낙 가파르게 진행되다 보니 자동차 전자 등 관련 산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 생활에도 이에 따른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에 여행비용이 상대적으로 싸진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일본인 관광객은 206만5000명으로 2012년 같은 기간의 277만2000명보다 25.5% 줄었다. 명동에서 7년째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미진 씨(48)는 “1, 2년 전과 비교하면 일본인 관광객은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일본어로 적혀 있던 간판도 모두 중국어로 바뀌었고 들리는 언어도 중국어 일색”이라고 말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일본에 유학생을 둔 부모 그리고 기러기 아빠들의 송금 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