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고 녹음을 해서 재판부에 제출해야 내가 무죄를 받을 수 있어. 녹취해서 증거로 제출해줘.”
김모 씨(44)는 2012년 11월 군산교도소에서 누나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그해 7∼10월 집 화장실과 거실 등에서 딸 김모 양(14)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편지를 받은 김 씨의 누나는 김 양을 찾아가 “시키는 대로 녹음해주지 않으면 할머니도 앞으로 너를 안 보겠다고 한다”고 압박했다. 결국 김 양은 고모의 휴대전화에 “아빠가 때려 화가 나서 아빠가 몸에 손을 댔다고 거짓말했다”며 거짓 진술을 녹음할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김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심처럼 김 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160시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