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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맞으며… 연아, 국내 무대 아디오스!

입력 | 2014-01-06 03:00:00

피겨 종합선수권 227.86점 우승… 소치 앞둔 ‘金빛 리허설’




놀라운 사실 하나. ‘피겨 여왕’ 김연아(24)도 실수라는 것을 한다. 5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 겸 제68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대회. 국내 고별 무대였던 이날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실수를 두 번이나 했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더블 루프 점프를 뛰지 못했고, 곧이어 더블 악셀 점프는 싱글로 바뀌었다.

더 놀라운 사실 하나. 김연아는 실수를 해도 보통 선수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는다. 실수를 해도 실수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워낙 난도 높은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그랬다. 두 차례의 실수에도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70.05점과 예술점수(PCS) 77.21점을 더해 147.26점을 받았다. 전날 세계기록을 작성한 쇼트프로그램 점수(80.60점)를 합쳐 종합 227.86점을 받은 김연아는 2위 박소연(178.17점)을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228.56점)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2월 소치 올림픽을 앞둔 그에게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리허설이 됐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 전 마지막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좋은 기분을 갖고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 소치에서는 역대 최고의 프로그램을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했다. 80.60점을 받아 자신이 밴쿠버 올림픽 때 세운 쇼트프로그램 최고 기록(78.50점)을 가뿐히 넘었다. 국내 경기여서 비공인 세계기록이 됐지만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였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자신이 밴쿠버에서 세운 최고 기록(228.56점)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성과는 많았다.

중후한 탱고 음악 ‘아디오스 노니노’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초반에 집중된 3개의 트리플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를 모두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복귀 무대였던 지난해 12월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낮은 레벨을 받았던 스텝과 스핀도 최고 레벨까지 올렸다. 레벨 3였던 스텝 시퀀스는 레벨 4로, 레벨 1에 그쳤던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 4로 수직 상승했다.

김연아는 “두 번의 점프 실수는 체력이 달려서라거나 힘들어서 못했던 게 아니다.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못한 게 아쉽다. 골든스핀 대회 때 실수했던 걸 발판 삼아 이번 대회에서 더 좋아졌듯이 이번 실수들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오히려 ‘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아의 연기를 채점한 한 심판은 “음악과 안무, 표현력 등이 완벽에 가까워 밴쿠버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예술점수(71.76점)보다 높은 예술점수가 나왔다. 밴쿠버에서처럼 소치 올림픽에서도 무결점 연기를 펼친다면 올림픽 2연패는 물론이고 세계기록 경신도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쟁자는 없다, 부담도 없다

최근 김연아의 입에 붙은 말이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

그런 평정심이 김연아에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림픽 재도전을 선언한 2012년 여름 이후 김연아는 이날까지 출전한 5차례의 국내외 대회에서 모두 200점 이상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많은 경험을 한 만큼 부담이 덜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매번 나올 때보다 좋은 경기를 하는 것 같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도 걱정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냥 마음 편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김연아의 수준에 근접한 경쟁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일본)는 이번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99.50점에 그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김연아의 경쟁자는 김연아 자신뿐이다.

고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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