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종합선수권 227.86점 우승… 소치 앞둔 ‘金빛 리허설’
더 놀라운 사실 하나. 김연아는 실수를 해도 보통 선수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는다. 실수를 해도 실수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워낙 난도 높은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그랬다. 두 차례의 실수에도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70.05점과 예술점수(PCS) 77.21점을 더해 147.26점을 받았다. 전날 세계기록을 작성한 쇼트프로그램 점수(80.60점)를 합쳐 종합 227.86점을 받은 김연아는 2위 박소연(178.17점)을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228.56점)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2월 소치 올림픽을 앞둔 그에게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리허설이 됐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 전 마지막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좋은 기분을 갖고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했다. 80.60점을 받아 자신이 밴쿠버 올림픽 때 세운 쇼트프로그램 최고 기록(78.50점)을 가뿐히 넘었다. 국내 경기여서 비공인 세계기록이 됐지만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였다.
중후한 탱고 음악 ‘아디오스 노니노’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초반에 집중된 3개의 트리플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를 모두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복귀 무대였던 지난해 12월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낮은 레벨을 받았던 스텝과 스핀도 최고 레벨까지 올렸다. 레벨 3였던 스텝 시퀀스는 레벨 4로, 레벨 1에 그쳤던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 4로 수직 상승했다.
이날 김연아의 연기를 채점한 한 심판은 “음악과 안무, 표현력 등이 완벽에 가까워 밴쿠버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예술점수(71.76점)보다 높은 예술점수가 나왔다. 밴쿠버에서처럼 소치 올림픽에서도 무결점 연기를 펼친다면 올림픽 2연패는 물론이고 세계기록 경신도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쟁자는 없다, 부담도 없다
최근 김연아의 입에 붙은 말이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
고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