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부터 교학사가 만든 한국사 교과서를 가르치려던 고등학교들이 잇달아 채택을 취소했다. 당초 이 교과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진 15개 고교 중 14개교가 결정을 뒤집었다. 전국 2318개 고교 가운데 전주 상산고를 빼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하나도 없게 되는 셈이다. 전주 상산고도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교학사 교과서가 과연 친일 교과서인지를 검증해보고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특정 교과서에 대한 이런 이례적인 배척 현상이 각 학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교학서 교과서를 채택했던 고교들은 한결같이 전교조와 야권, 좌파 역사교육학계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렸다. ‘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오류투성이 교과서를 채택했느냐’는 비난이 인터넷 게시판과 전화, 대자보, 시위로 이어졌다. 학부모와 동창회까지 동원한 파상공세였다.
교학서 교과서는 교육부의 검정과 수정 명령을 통과했기 때문에 사실(史實)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급하게 만드느라 오류가 가장 많았지만 수정본을 들여다보면 일제강점기와 5·16, 유신(維新) 등 근현대사의 중요 이슈들을 나름대로 균형감을 갖고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그럼에도 이 교과서에 대해 ‘채택률 제로’ 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이는 쪽의 속내는 대한민국 건국과 6·25에 대해 우파적 사관(史觀)의 서술을 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어떤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인지는 순수하게 교육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나와 다른 견해나 사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편협한 태도로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역사교육을 할 수 없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사와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학생이 늘어난다면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화한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