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고위공직자 물갈이說 진화
● 논란→확산→차단 되풀이
정 총리는 4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토요일에 장관들을 불러 모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다. 회의 명목은 6일 열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후속 조치와 철도노조 파업 후속 관리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점은 다른 데 있었다.
정 총리는 전날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정부도, 공직자도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국가 발전이 있다”고 강조해 인사 태풍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국가공무원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데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발언이 맞물려 파장은 일파만파 번졌다. 그는 2일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부처별 실·국장들이 대폭 물갈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았다.
● 사람 안 바꾸고 채찍질?
새해 벽두 벌어진 인적 쇄신 논란과 차단 과정을 보면 ‘지금은 인적 쇄신의 타이밍이 아니다’란 박 대통령의 구상을 읽을 수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5일 “지금은 실행이 우선이다. 지난해 시작한 여러 일을 올해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권 2년 차 국정 드라이브를 다시 걸어야 하는 시점에 공직사회가 술렁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박 대통령이 사람을 바꾸기보다는 기존 사람들을 채찍질해서 성과를 더 내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6일 기자회견에서 전 분야에 걸쳐 국정운영 기조를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를 토대로 부처별 실행 계획을 만들어 곧바로 속도전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 총리라는 국정의 양대 축을 모두 내세워 공직사회의 동요를 차단한 것은 가장 바쁘게 일해야 할 시점에 공직사회가 일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