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추진위 공동위원장 임명
손잡은 安-尹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안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안 의원 왼쪽) 등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통위원장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 윤장현 박호군 공동위원장, 윤 전 장관, 안 의원, 김효석 공동위원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5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다시 손을 잡자 ‘새 정치’ 논쟁이 벌어졌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의 새 정치는 역사적 명령”이라고 강조했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철새 정치’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캠프는 공을 들여온 윤 전 장관 영입이 성사되면 신당 창당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철새 논쟁의 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 윤여준 “결별 아니었다”
윤 전 장관은 여의도의 새정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소 장황하게 재결합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안 의원과 결별했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시 안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했다가 안 하게 되니 하는 일이 중단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사이 8번 정도 만났다. 두 번은 몰라도 세 번은 같은 부탁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집요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도 “(안 의원이) 국민에게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씀드렸다.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앞으로만 가겠다. 평소 새 정치를 주장했으면서 왜 안 도와주는 거냐라고 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마땅치 않았다”고 소개했다.
윤 전 장관의 과거 발언에 비춰 볼 때 그의 ‘변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는 지난해 3월 14일 “확실하지 않은 생각이나 태도가 불확실성이라는 불안감을 국민에게 준다”고 비판했다. 두 달 뒤에는 “(안 의원이) 러브콜을 보내올 리도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는 윤 전 장관의 ‘합리적 중도보수’ 이미지 대신 ‘잦은 주군(主君) 갈아타기’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전두환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공직을 시작했고, 노태우 정부 때는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특히 김영삼 정부에서는 2년 반 동안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을 지낸 데 이어 환경부 장관에 발탁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책사로 활약했고, 2004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 박근혜 당시 대표와 함께 탄핵 파동을 헤쳐 나와 박 대표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신임을 받았지만 끝내 결별했다.
보수 진영에 죽 몸담아 왔던 윤 전 장관은 안 의원과 결별한 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보수에서 진보의 영역으로 넘어간 셈이다. 윤 전 장관은 문재인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고 문 후보의 TV 찬조 연설자로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문재인 의원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펴진다는 보장이 없는 낙하산을 갖고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대선에 임하라고)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생관(死生觀)’이 약한 것 같아 실망했다”며 등을 들렸다.
● 새누리 “철새 정치”, 민주 “새 정치가 윤여준?”
새누리당은 윤 전 장관이 새정추에 합류한 것에 대해 “뉴(new) 정치가 아니라 버드(bird·새) 정치”라고 비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윤 전 장관의) 정체성이 뭐냐.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정치적 바람을 세게 피웠다”고 꼬집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