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촉법-예산안 통과 이후]일자리-농가 지원 ‘무리한 감액’지역 국도-전철은 ‘정치적 증액’
동아일보가 5일 2014년도 예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심사 때 삭감된 예산 5조4000억 원 중에는 일자리 창출과 농가 지원 등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업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일례로 정부는 당초 올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보험료 중 기업 부담액을 대신 내주기로 하고 1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시간선택제로 입사하는 사람이 3만70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고 1인당 27만 원꼴로 보험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선 시간선택제로 그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15억 원 줄였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이 5000명 이상 감소하게 됐다.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 농가를 지원하는 재해대책비는 지방자치단체 지원금과 융자금을 합해 총 2400억 원 규모로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있었다. 지난해 큰 재해가 없어서 지출이 별로 없었다는 이유로 국회는 총 600억 원을 삭감했다.
국회는 이렇게 삭감된 예산이 5조4000억 원으로 증액 예산 3조5000억 원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에서 군살을 뺀 뒤 감액 규모 범위 내에서 지역예산을 늘린 만큼 국가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증액사업의 면면을 보면 과연 꼭 필요한 사업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증액된 예산에는 정부안에 없던 국도, 국지도, 전철사업 등이 대거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국도 증액사업만 전국 10개 지역 114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런 ‘끼워 넣기’식 도로사업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큰 틀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관련 예산을 여러 분야에서 늘렸다. 사업별로 한일의원연맹 지원에 1억 원, 한중의원외교협의회 지원에 1억 원, 한국의정여성포럼 지원에 1억 원, 한일친선협회 사업에 5000만 원 등이다. 양국 간 현안 해결, 교류 강화, 정치인 역량강화, 미래협력 등을 증액 사유로 들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문병기·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