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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트레일 아톰 기반 2 in 1, 에이수스 T100 써보니

입력 | 2014-01-06 18:35:39


짜장면을 먹을까, 아니면 짬뽕을 먹을까? 이는 중화요리점을 찾는 손님의 영원한 고민거리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맛이 좋다면 고민할 것도 없겠지만 두 요리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각자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짬짜면’이라는 메뉴다. 이는 두 가지 음식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이용, 짜장면과 짬뽕을 절반씩 담은 메뉴다.

PC 중에도 이런 물건이 있다. 바로 ‘2 in 1’이라는 제품군이다. 키보드를 기본 제공, 평소엔 노트북처럼 쓰다가 사용자가 원하면 키보드 부분을 분리하거나 터치스크린으로 덮어서 태블릿PC로도 쓸 수 있는 제품이다. 노트북과 태블릿PC 중에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하던 사용자라면 환영할 만하다. 다만, 문제는 제품의 가격이다. 시중에 나온 2 in 1 제품 중에는 가격이 1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모델이 많다. 이래서야 차라리 보급형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따로 구매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에이수스(ASUS)에서 제법 합리적인 가격의 2 in 1 제품인 ‘트랜스포머북(Transformer Book) T100(이하 에이수스 T100)’을 내놓았다. 북미 시장에선 저장공간 32GB 제품은 349달러, 64GB 제품은 399달러로 상당히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64GB 버전만 판매하며 50만원 근처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북미에 비해 살짝 비싼 편이지만 여전히 여느 2 in 1에 비해 확실히 부담이 적다.


T100이 이렇게 저렴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프로세서다. 코어 i5나 i7와 같은 고가 프로세서가 아닌 저전력 프로세서인 ‘아톰 Z3740(코드명 베이트레일)’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아톰이라면 2010년 즈음에 팔리던 저가 노트북인 ‘넷북’용 프로세서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T100에 탑재된 베이트레일 기반 아톰은 넷북 시절의 아톰과 이름 외에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환골탈태를 했다고 제조사는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지, 에이수스 T100의 만듦새를 살펴보며 확인해보자.

한층 완성도 높인 노트북 + 태블릿PC의 결합 구조

에이수스 T100은 10.1 인치의 화면을 갖추고 있다. 노트북으로선 소형이지만, 태블릿PC로선 제법 큰 편이다. 태블릿PC 부분을 아이패드2 같은 제품과 비교해보면 면적은 비슷하지만 약간 더 길쭉하다. 태블릿PC 부분의 두께는 10.5mm로 아주 얇다곤 할 수 없지만, 이 부분에 화면뿐 아니라 프로세서와 메모리, 전원부와 같은 대부분의 주요 부품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대신 무게는 0.55kg으로 상당히 가볍다.


T100의 키보드 부분은 태블릿PC 결합부와 키보드 외에 터치패드와 USB 3.0 포트 1개가 있을 뿐 대단히 간결한 구성을 갖췄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대부분의 주요 부품이 태블릿PC 부분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두께(13.1mm)나 무게(0.52kg)는 태블릿PC 부분과 비슷하다. 각 키의 눌리는 깊이가 제법 깊어서 타이핑 감각이 좋은 편이고, 무게가 적당해서 태블릿PC 부분을 끼운 상태에서도 점처럼 뒤로 넘어지지 않는다.


키브드와 태블릿PC의 결합 부분은 금속 재질의 홈으로 맞물리기 때문에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끼우면 상당히 견고하게 고정이 된다. 하지만 결합부의 가운데의 버튼을 누르면 힘 들이지 않고 태블릿PC 부분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결합부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거나 분리하는데 힘이 제법 들어가던 초기형 2 in 1 제품에 비하면 많이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외부기기 인터페이스는 약간의 아쉬움 있어

외부 접속 인터페이스의 구성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태블릿PC 부분에 전원 버튼 및 윈도 버튼, 그리고 헤드폰 포트와 마이크로 HDMI 포트, 전원 충전용 마이크로 USB 포트 및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있으며 키보드 부분에는 USB 3.0 포트가 1개 있다. 


전반적인 포트의 수가 적은 편이고 특히 USB 포트가 1개뿐이라는 점은 노트북으로 활용하기에 다소 불편을 준다. 본체 크기와 생산 원가를 줄이면서 2 in 1의 형태를 구현하다 보니 이런 형태가 되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약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USB 마우스 1개를 꽂으면 더 이상 활용할 USB 포트가 없으니 되도록이면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마우스를 구매하거나 터치스크린 및 터치패드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자.

디스플레이 품질, 운영체제와의 궁합은 만족스러워

운영체제는 윈도8의 업데이트 버전인 윈도8.1이 탑재되었다. 윈도8/8.1은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2 in 1에는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기기의 각도에 따라 화면의 표시 방향을 전환하는 센서도 탑재되어 있어 여느 태블릿PC처럼 편하게 쓸 수 있다. 다만, 터치스크린 환경에 최적화된 윈도8/8.1용 소프트웨어의 수가 아직도 좀 부족한 것이 흠이다. 


탑재된 화면은 10.1인치의 크기에 1,366 x 768의 해상도를 갖춘 IPS 멀티터치 패널을 적용했다. 풀HD급 해상도가 아니라는 점을 아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작은 화면에 필요 이상의 고해상도를 적용했다면 글자나 이미지가 너무 작게 표시되어 오히려 보기 불편했을 것이다. 시야각도 좋은 편이라 어느 각도에서 봐도 왜곡 없는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피커는 최근 에이수스 PC제품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 소닉마스터(Sonicmaster) 음질 보정 기술 기반의 스테레오 스피커다. 다만, 소형 제품이다 보니 음량이나 음질이 대형 노트북 수준으로 만족스럽진 않다. 본격적으로 사운드를 즐기고 싶다면 별도의 스피커나 헤드폰을 연결해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력 효율 우수한 베이트레일 기반 쿼드코어 아톰 

제품의 대략적인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성능적인 요소를 분석해볼 차례다. 국내에 출시된 에이수스 T100(세부 모델명 T100T)은 인텔의 아톰 Z3740 쿼드코어 모델(클럭 1.33GHz)을 적용했으며, 2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64GB의 eMMC 방식 SSD를 저장공간으로 탑재했다(일반 노트북과 달리 메모리나 저장장치의 사후 업그레이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가장 주목할 점은 역시 프로세서다. ‘베이트레일(Bay Trail)’이라는 코드명으로도 알려진 이 프로세서는 TDP(열설계전력)가 2W에 불과한 초저전력 모델이다. 일반 노트북에 널리 탑재되는 코어 i5-4200M이 37W, 울트라북용 저전력 프로세서인 코어 i5-4200U가 15W의 TDP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베이트레일의 소비 전력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덕분에 배터리 유지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에이수스 T100의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상태에서 HD급 해상도(1,280 x 720)의 동영상을 연속 구동해봤다. 각종 전원 설정을 초기값으로 둔 상태에서 T100은 9시간 45분 정도를 연속 구동한 후에 배터리 부족 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제조사에서 밝힌 11시간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전력 효율이 상당히 우수함을 알 수 있다. 

이전 세대 데스크탑용 프로세서와 맞먹는 성능 

베이트레일에서 배터리 효율만큼이나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성능이다. 사실 과거의 아톰, 특히 넷북에 주로 적용된 초기형 모델은 성능 면에서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트레일 기반의 신형 아톰은 ‘이름 빼고 다 바꿨다’고 할 정도로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PC의 성능을 테스트해 수치화하는 PASSMARK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아톰 Z3740의 성능은 1,116점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한 점수를 낸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는 1,111점을 기록한 코어2 듀오 E6300, 1,115 점을 기록한 코어2 듀오 E4400 등이다. 


코어2 듀오는 이미 단종된 구형 프로세서이긴 하지만 인터넷이나 동영상구동, 사무작업 등에선 여전히 우수한 성능을 낸다. 그리고 애당초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는 모바일 프로세서와 성능의 급 자체가 다르다, 그래픽카드와 메모리만 업그레이드해서 게임용으로 코어2 듀오 데스크탑 PC를 아직 운용하는 사용자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베이트레일 기반 아톰의 성능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2010년 즈음에 넷북에 가장 많이 탑재되던 아톰 N270은 315점을 기록했다.

게임 구동 성능도 ‘그럭저럭’

벤치마크 점수 결과는 괜찮은 편인데 게임 성능은 어떨까? 에이수스 T100에는 베이트레일 아톰의 내장 GPU인 인텔 HD그래픽스가 탑재되어 있다. 게임용 GPU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으나 다이렉트X11이나 오픈GL 4.0과 같은 최신 그래픽기술도 지원하는 등, 예전의 인텔 내장 GPU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을 했다.

최근 높은 인기를 끄는 AOS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구동해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화면 해상도는 T100의 최대 해상도인 1,366 x 768, 그래픽 옵션은 ‘중간’으로 맞추고 ‘소환사의 협곡’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 했다. 


테스트 결과. 약 30프레임 전후로 꾸준하게 프레임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특히 화면 전체에 많은 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프레임 변화가 적은 것이 인상적인데, 아톰 Z3740이 다중 작업에 강한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점도 이러한 안정적인 구동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물론 LOL이 그다지 고사양 게임이라 할 수는 없으며, 베이트레일 기반 PC로 ‘크라이시스3’ 같은 패키지 게임을 구동하는 것은 추천할 수 없다. 다만, 게임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기존 아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은 확실하다.

편견은 극복이 가능한가

에이수스의 신형 2 in 1에 아톰이 탑재된다 하여 사실 조금 걱정을 했다. 에이수스 특유의 실험정신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좋을지 몰라도 성능 면에서 다소 미흡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보니 괜한 우려였던 것 같다.


베이트레일 기반 아톰은 배터리 효율이 만족스러운데다 성능도 상당히 쓸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에이수스 T100의 국내 판매 가격은 북미에 비하면 약간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제품이 50만 원 정도라면 충분히 구매가치가 있다. 그 외에 전반적인 제품의 만듦새 역시 합격점을 주고 싶다.

다만, 아직도 PC시장 전반에는 넷북 시절의 아톰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다. 아무리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그래 봤자 아톰, 싼 게 비지떡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이런 편견을 깨는 건 에이수스와 같은 일개 제조사의 힘 만으론 부족하다.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제조사인 인텔의 홍보 및 마케팅 능력을 믿어봐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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