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격전지 현지화전략 강화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보스산(波士山) 딜러점’의 한 직원(왼쪽)이 고객에게 베이징현대차 ‘밍투’의 상세 제원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중국 전용 모델 ‘밍투(名圖)’를 내놓은 데 이어 두 번째 중국 전용 모델인 5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시점을 올해 10월로 잠정 확정했다.
○ ‘중국 맞춤형’으로 개발된 밍투
개발진이 가장 주목한 것은 중국의 도로 환경이었다. 중국은 도로 포장률이 30%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제때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거친 노면이 많다. 그 때문에 ‘승차감’은 중국 운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차량 선정 기준이었다.
편종권 베이징현대기술센터 부센터장(이사)은 “중국인은 처음 차에 탔을 때 좌석 느낌과 주행 시 소음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차체 소재, 시트 소재, 흡음재, 타이어 등 모든 관련 부품을 조용하고 승차감 좋은 차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밍투는 ‘현대’ 브랜드를 단 모델 중 최초로 ‘3경도(硬度) 시트패드’(허벅지, 엉덩이, 등 세부분의 딱딱한 정도가 모두 다른 시트)를 적용했다.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중국인 성향을 공략하기 위해 ‘에어로 블레이드 와이퍼’는 물론 서유럽이나 캐나다 등 안개가 많은 지역에서만 쓰는 ‘주간 주행등(DRL)’도 달았다.
밍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당초 목표이던 8000대의 갑절이 넘는 1만6762대가 팔려 나갔다. 최성기 베이징현대차 총경리는 “쏘나타가 월 1만 대 판매에 도달하는 데 6개월이 걸렸지만 밍투는 첫 달부터 1만 대가 팔렸다”며 “밍투는 현대차가 중국에서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첫 차”라고 말했다.
○ 지역별로 세분한 마케팅
현대차의 중국 현지화 전략은 차량 개발을 넘어 영업 마케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 31개 성은 기후 환경과 소비자 특성, 좋아하는 광고 매체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온이 낮은 북부 지역에서는 배터리 성능을 높인 모델이 인기가 좋다. 고온다습한 남부 지역에서는 에어컨 성능을 높여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의 3개 사업부를 다시 권역별로 12개 사무소로 쪼개 현지 밀착형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권혁동 베이징현대차 판매본부장(상무)은 “지역별 시장 상황을 본사에 보고하고 결재가 나기를 기다렸다 마케팅을 시작하면 이미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판단에 따라 즉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결재 권한을 각 사무소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