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간 한동네 산 할아버지… 54년간 약국 운영 할머니…대구 중구 ‘생애사 열전’ 16권 펴내… 지난해 12권 이어 두번째 결실골목투어 등 관광자료 가치도
대구 중구가 마련한 생애사 열전 2차 출판기념회에서 어르신들이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구는 올해 4월 향촌동에 개관하는 대구문학관에 책을 전시하고 관광 코스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 중구 제공
중구는 지역 근·현대사를 함께한 터줏대감 18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16권을 최근 펴냈다. 지난해 2월 12권을 출간한 데 이어 두 번째 결실이다.
이번에 11명은 구술이 아니라 직접 써 ‘저자’가 됐다. 최태호 씨(74)는 남산동에서 태어나 중구에서만 살았다. 그는 1930∼70년대 대구의 근대 역사를 사진과 자료를 곁들여 ‘내 어린 시절, 기억 속 대구’(134쪽)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도로 확장으로 사라질 뻔한 건들바위(대구시기념물 2호)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역사적 인물들의 고택 위치, 대구의 향토음식, 6·25전쟁에 사라져 버린 건축물 등 이야기를 자세히 담았다. 그는 “반월당은 일제강점기에 생활용품을 파는 2층짜리 상점 이름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그 위치를 말할 때 특징 있는 다른 건축물이 없어 반월당이라고 불렀는데 이후 지명이 됐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공간을 할아버지의 기억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 도심 역사를 찾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중구는 이달 중순 생애사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토론회를 마련한다. 책 주인공과 작가, 전문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참여한 노인들은 일제강점기의 잡지, 전화기, 사진자료 등을 모아 올해 4월 중구 향촌동에 개관하는 대구문학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도심재생문화재단 홈페이지(djdrcf.or.kr)에서 1910년대 이후 중구 역사를 기억하는 70대 이상 어르신 30여 명을 모집한다. 윤순영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이사장(중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삶은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소중한 자료”라며 “대구 명물이 된 근대골목투어 등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