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티켓이 걸린 운명의 관문. 내야수 신본기(맨 앞쪽)를 비롯한 롯데 선수들이 6일 사직구장 인근 육상경기장에서 체력 테스트에 참가해 역주를 펼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최준석은 1000m 달리기에 참가해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강민호가 테스트를 마친 후 털썩 드러누워 숨을 고르고 있다.(사진 맨 위쪽부터 시계방향)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롯데 9년만에 실시한 체력테스트 현장
무릎 이상 최준석·정대현 불참한다 하더니
정대현, 페이스메이커 사양…1000m 완주
최준석도 1000m 5분5초 기록 ‘전원 합격’
전체 1위는 신인 투수 김유영의 3분12초
1등 큰소리 친 손아섭 중하위…복통 변명
롯데 체력테스트가 6일 시무식 직후, 사직구장 인근 육상경기장에서 열렸다. 롯데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체력테스트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누군가를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선수들이 비활동기간 최소한의 몸은 만들라는 의미에서 테스트를 도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험 종목은 달리기였다. 선수들은 100m 10회, 200m 8회, 1000m 1회 달리기 중 1개를 선택해 제한시간 내에 들어오면 합격이었다. 연령별로 조금씩 시간에 여유를 둬 고참 선수를 배려했다. 그러나 테스트는 테스트. 만에 하나 탈락자나 부상자가 나올까봐 코칭스태프와 구단관계자는 노심초사하는 눈치였다.
롯데는 5일 밤 ‘체력테스트는 선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기록이 떨어지는 선수의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러나 막상 체력테스트가 열리자 자연스레 공개가 됐다. 선수들은 오랜만에 소집돼 다함께 뛰는 상황이 펼쳐지자 예민함을 내비치기보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공개 테스트에 응했다. 선수들 대부분은 1000m 1회 뛰기를 선택했다. 강민호와 손아섭은 “1등하면 신문에 크게 써줄 것이냐”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결과는 레이스 중반 이후 헉헉거리다 중하위권에 그쳤다. 그래도 강민호는 “고참조에서 5등이다. 뉴질랜드 다녀온 보람이 있다”고 넉살을 부렸다. 손아섭은 “점심 먹고 뛰어서 복통이 왔다”고 비겁한(?) 변명을 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선수들은 달리면서 “죽겠다”를 연발했지만 중도포기자 없이 전원 합격했다. 특히 투수진 최고참 이용훈(37)은 3분31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근성을 보여줬다. 전체 1위는 신인투수 김유영의 3분12초였다.
● 최준석·정대현의 아름다운 완주
코칭스태프가 가장 걱정한 것은 탈락자보다 부상자 발생이었다. 김 감독은 테스트 직전까지만 해도 “최준석과 정대현은 무릎이 안 좋아 못 뛸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부터 무릎 상태가 완전치 않은 두 선수가 자칫 무리하다 다치면 전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두산에서 프리에이전트(FA) 영입된 최준석은 “내가 야구하러 왔지 달리기하러 온 것 아니다. 큰돈(4년 총액 35억원)을 받고 왔는데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나는 안 뛴다”고 밝혀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막상 테스트가 시작되자 먼저 투수조의 정대현이 뛰었다. 정대현을 따르는 강영식이 “페이스메이커를 해 주겠다”고 했지만 행여 폐를 끼칠까봐 사양했다. 정대현은 송승준과 최하위 그룹에서 뛰다가 꼴찌로 처졌다. 두 바퀴째를 돌 때 김 감독은 박수까지 쳐주며 “지금 페이스대로만 뛰면 제한시간 안에 들어온다”고 격려했다. 정대현은 5분8초의 기록으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어 달린 최준석도 5분5초의 기록으로 합격했다. 사실 최준석은 남몰래 달리기 연습을 하다 종아리 근육통까지 입었는데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에 성공했다. 최준석은 “내가 뛰면 같이 뛰어주겠다고 해서 믿고 뛰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다 먼저 뛰어가 버리더라. 무서운 사람들”이라며 웃었다. 발목 수술을 받은 전준우와 장염으로 병원에 간 김승회만 열외였을 뿐, 선수 전원이 합격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