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2월)∼브라질월드컵(6∼7월)∼인천아시안게임(9∼10월) 등 스포츠 빅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된 2014년, 대한민국 스포츠는 또 한번 ‘감동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는 새해를 맞아 어수선한 체육계 현실을 진단하는 한편, 연이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다시 ‘스포츠코리아’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2014년 대한민국 스포츠 긴급진단’은 ‘개혁앓이’ 중인 체육계 현실을 짚어보고 각종 국제대회 준비 상황을 돌아본다. 이어 세 차례에 걸쳐 스포츠리더에게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문체부, 조직 사유화 근절 1회 중임 제한
현행 임기까지 포함해 체육계 거센 반발
대한체육회는 임시총회때 소급 적용 삭제
가맹경기단체 규정은 원안대로 소급 적용
자율성 바탕 ‘내부로부터의 개혁’ 이뤄져야
지난해부터 체육계에는 ‘개혁’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불투명한 회계와 경기단체의 사유화, 각종 비리 등은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그동안 수차례 체육계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변화를 원치 않는 기득권층의 반발, 개혁 주체의 확고하지 못한 의지 등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2013년 시작된 체육계의 변화 바람은 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제도적 수단을 대한체육회에 강제하며,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첫 번째 개선안이 임원 임기 제한 규정 도입이었다. 문제는 이 와중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체육계의 개혁앓이…임원 임기 제한 규정의 소급 적용 논란
문체부는 지난해 10월, 경기단체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단체장 등 경기단체 임원의 임기를 원칙적으로 ‘1회 중임’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단, 단체장의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는 엄격한 예외를 인정한다. 그동안 경기단체 규정에는 임기 제한이 없었다. 조직의 사유화는 각종 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A경기 단체의 사무국장은 “사유화 근절이라는 취지에는 많은 체육인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는 임원 임기 제한에 현행 임기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소급 적용’ 논란을 낳았다. 이에 따르면 현재까지 1회(총 8년) 중임한 임원은 앞으로 임원직을 맡을 수 없다. B경기 단체 임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당장 체육계를 떠나야 하는 인사들이 다수 발생한다. 80%% 이상이 떠나야 하는 경기 단체도 있다. 행정공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소급 적용까지 하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의 먹이사슬
체육계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역설적으로 개혁의 칼을 휘두르며 ‘몸 사리기’를 하고 있다.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탁상행정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지방의 경우, 임원 임기 제한을 소급 적용하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처지의 시도 가맹경기단체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의 민심을 전달하고 피드백 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교가 돼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체부가 4개월에 걸쳐 500개 이상 체육단체를 감사하며 얻은 성과도 상당하다. 단식부기를 복식부기로 바꾸고, 외부 단체를 통한 회계감사를 도입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체부의 설명대로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룰을 따르는 민간단체다. 자율성을 더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율성은 내부로부터의 철저한 개혁과 자기 성찰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 체육계가 외부로부터의 ‘개혁앓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